대기업 2곳 중 1곳이 올해 신규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선과 금리인상, 중국경제의 경착륙, 산업계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등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기업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청년 실업난도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1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016년 500대 기업 신규채용 계획(210개사 응답)'을 조사한 결과, 48.6%가 올해 신입과 경력을 포함한 신규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40%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채용을 실시할 계획이며, 11.5%만이 늘릴 예정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작년보다 채용확대' 응답은 19.6%에서 8.2%포인트 줄어든 반면, '채용감소'는 35.8%에서 12.8%포인트 급증했다.
신규채용을 축소하는 기업들의 절반 이상은 그 이유로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가 좋지 않아서'(52%)라고 답했으며, 이어 '신규채용 여력 감소'(32.4%), '정년연장으로 T/O 부족'(9.8%) 등이 뒤따랐다. 신규채용을 늘리는 이유로는 '경기에 관계없이 인재확보 차원'이 62.5%를 차지한 가운데 29.2%는 '회사가 속한 업종의 경기상황이 좋거나 좋아질 전망'이라고 답했다.
대졸 신입채용은 경력채용에 비해 다소 사정이 나았다. 500대 기업 45.2%는 올해 대졸 신입채용 규모에 대해 '작년과 비슷'하다고 답했으며, '감소' 44.3%, '증가' 10.5%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작년보다 증가'는 8.7%포인트 줄었으며, '감소'는 6.1%포인트 늘었다. 경력을 포함한 전체 신규채용 여건이 악화된 흐름과 같았으나 상대적 강도는 덜했다. 또,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중 이공계 졸업생 비중은 48.7%로, 전년(56.8%) 대비 비이공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62.9%가 이미 도입을 완료한 가운데, '도입할 계획이다'(21%), '도입할 계획이 없다'(16.1%) 순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새롭게 실시한 상생고용지원금 제도 이용 여부에 대해서는 85.2%가 '없다'고 답했다. 상생고용지원금은 임금체계 개편,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채용 여력을 확보해 신규채용을 늘릴 경우 청년 1인당 연 1080만원을 2년간 지원(대기업·공공기관은 연 540만원)하는 제도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 경기 둔화, 우리나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으로 국내외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취업시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년을 연장한 기업은 임금피크제 도입 또는 임금체계 개편을 의무화하고, 정부는 상생고용지원금과 같은 청년고용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 청년일자리를 늘리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