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TPA 등 공급과잉 줄인다…"선제적 대응 보기 어려워"

3개월 컨설팅 결과 발표…업계 기존 노력과 큰 차이 없어

입력 : 2016-09-28 오후 4:16:55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석유화학업계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를 통해 4개 품목에 대한 사업재편이 필요하다고 28일 발표했다. 그러나 사업재편 대상으로 지목된 테레프탈산(TPA)·폴리스티렌(PS)·폴리염화비닐(PVC)·합성고무 등은 업계에서 이미 공급과잉을 우려해 설비를 자체 축소하고 있는 품목으로 이번 컨설팅이 선제적 대응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CEO들은 이날 오후 주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진단 및 지속성장전략'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경영 성과가 양호하게 지속되고 있음에도 지난 4월 민감업종으로 지정되고 대내외의 공급과잉 우려가 지속되자, 지난 7월 베인앤컴퍼니에 컨설팅을 맡긴 바 있다.
 
석유화학협회는 약 10주 동안 주요 석유화학기업 임원과 민간 전문가 등 13명이 민간협의회를 구성해 컨설팅 업체와 함께 개별 기업차원의 관점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글로벌 관점에서 산업 경쟁력을 진단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조망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최종보고서에는 국내 산업비중이 큰 에틸렌 등 33개 품목을 대상으로 유가 등 중장기 산업환경 변화와 수급 전망하에서 국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진단했으며, 참여 전문가·품목별 생산업체·글로벌 전문가 등 심층 인터뷰와 자료조사 및 분석을 통해 최근 동향과 미래 전망을 짚어봤다고 설명했다. 
 
컨설팅 결과 석유화학은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당초 우려와는 달리 안정적인 수급이 지속되고, 산업 경쟁력도 규모·운영효율 등 부문에서 세계 선도 수준에 있어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유가 상승시 원가가 낮은 설비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일부 품목은 이미 공급과잉이 현실화되어 설비조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단기간 설비 조정이 필요한 품목으로 테레프탈산(TPA)과 폴리스티렌(PS)이 지목됐다. 더 이상의 설비 증설은 없이 고부가 품목으로의 조기 전환이 필요한 품목으로 합성고무(BR·SBR)와 폴리염화비닐(PVC). 나프타분해설비(NCC)와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이 지목됐다. 범용 제품 설비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설비로 전환하고, 업계간 대안 마련을 통해 통합·감산하는 것이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꼽혔다.
 
석유화학협회 측은 "기업활력제고법 제정을 통해 자발적 사업재편을 지원하려는 정부 의지와 국민 기대를 감안해 실기하지 않도록 과잉설비 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선제적인 사업재편과 고부가 산업구조 전환을 통해 산업을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며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확대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 노력해 석유화학산업이 주력 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국민과 정부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컨설팅 결과에 대해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방향을 제시했다기 보다는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보고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현재 신증설이 이뤄지고 있는 품목 중에서도 향후 몇 년 안에 안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도 있지만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지목된 품목에 대해 업계는 이미 악화된 시장 상황을 인지하고 자체적으로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기 때문이다. LG화학의 경우도 최근 PS 생산을 축소하고 고기능성 소재인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쪽으로 중심을 옮기고 있다. 결국 업계의 컨설팅과 이날 발표는 조선·해운 산업 처럼 향후에 업황이 악화될 경우 정부가 책임을 피하기 위한 '액션'에 불과하다고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제3자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본 것이라 참신한 계기가 됐다"며 "(TPA 감축은) 단기간에 진행될 것은 없고 기업들 간의 논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현민 태광산업 사장은 "TPA와 관련해 아직 특별히 계획은 없고 구조조정안이 나오면 거기에 따를 것"이라며 "신규사업을 찾고 있지만 잘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 장관은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통해 불필요한 군살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이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결합을 통해 비효율적인 설비 감축을 꾸준히 추진해 전자재료, 고기능필름, 토너원료 등 첨단 정밀화학분야에서 독보적 위상을 구축한 것처럼 핵심역량과 관련이 없는 부분은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일지라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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