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대법원이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하는 판결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두고 지루한 신경전을 벌이던 금융당국과 보험사 중에서 결국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그럼에도 금융당국과 정치권, 소비자 단체들이 대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이같은 압박에 따른 부담으로 자살보험금 소송에는 이겼지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032830),
한화생명(088350), 교보생명 등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회사들은 대법원이 소멸시효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자살보험금 지급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과 소비자 단체의 압박이 심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회사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생보사 관계자는 "지난 30일 대법원의 판결이 자살보험금 소멸시효와 관련한 판례가 될 수 있는지 판결문을 토대로 해석해야 한다"며 "만약 판례가 되더라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 후 금융감독원은 금감원은 이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대법원 선고와 별개로 보험업법에 따른 제재는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미지급 관련 보험업법 기초서류 준수 의무를 위반한 회사에 대해 검사가 끝나는 대로 제재에 돌입할 계획"이라며 "자살보험금 지급은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압박도 상당하다.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은 이날 소멸시효가 완성된 자살보험금 지급을 위해 소멸시효 특례를 적용하는 ‘재해사망보험금 청구 기간 연장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 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현재 모든 사항을 고려해 볼 때, 보험회사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특별법 제정으로 보험사는 배임죄 적용 우려를 해소할 수 있고, 보험계약 당사자는 개별적으로 또 다른 소송을 진행하는 불편도 해소할 방안이기 때문에 신속히 입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단체 또한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보험금을 청구하면 당연히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보험사가 고의로 속이고 지급하지 않았음에도 소멸시효를 인정한 것은 소비자의 피눈물을 외면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생보사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판결문을 충분히 해석한뒤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미지급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금감원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무작정 버틸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만큼 생보사들이 법대로 갈 것인가 소비자 신뢰와 금감원과의 관계를 두고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진 횡령·배임에 대한 문제가 있어 결정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소비자 신뢰라는 명분을 앞세워 이사회에서 보험금 지급을 결정할 수 있다"며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에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이 자살보험금 소멸시효와 관련해 보험사 손을 들어줬지만 보험사들은 보험금 미지급이라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자살보험금 관련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 브리핑)사진/금감원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