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가계의 빚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가계부채비율)이 처음으로 1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가계소득 증가는 미미한 반면 빚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자금순환 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계부채 비율이 173.6%로 지난해 말(169.9%)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국가 간 가계부채 수준을 비교하는데는 국민계정 상 개인 순처분가능소득(NDI·가계소득) 대비 자금순환동향상 개인의 부채비율을 활용한다.
한은 자금동향상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 말 1479조393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33조7045조원) 대비 9.9% 증가했으며 연간 국내총생산(GDP·1593조3132억원) 대비 92.9%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가계소득 추정치는 852조1708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기반으로 계산하면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해 말 169.9%에서 173.6%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제 의원은 “가계의 소득보다 부채 증가 폭이 훨씬 컸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개인의 금융부채는 9.9%(133조7045억원) 늘었지만, 처분가능소득은 4.5%(36조6681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박근혜 정부 들어 3년 반 동안 가계부채는 324조4315억원, 가계소득은 127조8187억원 증가해 부채 증가분이 소득 증가분의 2.5배에 달했다. 이 기간 중 가계부채 증가액은 이명박 정부 5년 간 늘어난 금액(360조1090억원)의 90.1%에 달한다.
이같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평균(134.2%)보다 40%포인트 가량 높다는 것이 제 의원의 지적이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이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는 동안 한국은 오히려 30%포인트 이상 올랐다.
정부는 지난 2014년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가계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발표 당시보다 5%포인트 낮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등의 정책이 이어지며 가계부채는 느는 반면 가계소득은 끌어올리지 못해 지난 2년 반 사이 도리어 13.4%포인트 상승하고 말았다.
제 의원은 “정부 가계부채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가계부채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제는 총량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가계대출이 소득 증가율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 중 일정부분을 지급준비금 형태로 적립하거나 가칭 ‘가계건전성분담금’을 부과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 사진/제윤경 의원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