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지난 2일 연휴 기간에
한미약품(128940) 폐암 항암제 '올무티닙'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는 이례적으로 30일 늑장 공시 논란이 인지 3일만에 개최됐다. 한미약품은 사안이 중차대한 만큼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겠다고 전날 기자에게 알려왔다.
늑장 공시 의혹이 불거진 터라 오전 9시 이른 시간에도 60여명의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라이선스 반환과 부작용, 불공정거래 등 이슈에 대해 설왕설래가 오갔다.
이날 자리에선 이관순 대표, 손지웅 부사장, 김재식 부사장 등 경영진들이 총출동했다. 기자간담회가 늘 그렇듯이 '절차 상에 문제는 없다"는 해명의 자리였다. '라이선스 반환은 글로벌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고의로 공시를 지연시키는 게 아니다', '부작용 안전성 조치를 취했다'라는 게 요점이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투심은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 붙는 모양새다. '또 속았다'는 게 투자자의 심경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에도 내부자거래로 일반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바 있다. 연구원 구속으로 일단락됐지만 내부정보를 이용해 기관투자자들은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이번에도 내부자거래 의혹이 일면서 한미약품 IR은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한미약품은 29일 장마감 후 제넨텍과 1조원 기술수출 계약을 공시했고, 다음날 오전 9시29분 베링거잉겔하임과 항암제 기술라이선스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장전에 공시를 할 수 있었음에도 계약 해지 공시가 지연된 경위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한미약품은 "한국거래소와의 협의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고 오히려 거래소 탓으로 돌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거래소는 해당 내용은 사전검토 대상이 아니며 즉각 공시시스템에 표출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IR 정보는 기업 신뢰도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와 기업 간에 신뢰도는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면서 형성된다. 신뢰도가 깨지는 순간 주주와 투자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주주들은 한미약품을 상대로 불공정거래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베링거인겔하임 파트너사의 올무티닙 개발 중지 소식과 공시 관련 이슈들로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과가 아닌 이번 사태가 '섭섭하다'고 에둘러 표현한 한 회사의 대표의 말이 투자자에게 진정성 있게 비춰질지 의문이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