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전자상거래가 20년 만에 유통업을 이렇게 바꿔놓을지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현재 아마존의 매출은 월마트 매출의 4분의 1 수준까지 성장하며 유통업계의 1위를 노리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아마존의 시가 총액은 400조원으로 250조원 수준의 월마트를 이미 추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픈 마켓과 소셜 커머스가 성장하면서 전자상거래 비중이 전체 유통 규모의 20% 수준으로 대형마트, 홈쇼핑, 백화점, 편의점보다도 더 큰 유통채널이 됐다. 전통적인 유통업의 공룡들은 전자상거래의 성장과 함께 멸종의 운명에 놓인 것일까?
최근 들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융합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인 O2O(Online to Offline)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여 고객 채널을 확대함으로써 비즈니스를 확대시키는 흐름을 의미한다.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대체재를 넘어 보완재가 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시장과 기업의 경계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성장과 함께 많은 고객들이 쇼루밍(Showrooming)이라 불리는 행동 패턴을 보였다. 이는 소비자들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상품을 구경한 후, 마음에 드는 제품을 온라인에서 값싸게 사는 것을 뜻한다. O2O의 확대와 함께,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은 역 쇼루밍을 강화하고 있다. 즉, 소비자들이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대금결제를 한 후, 오프라인에서 실제 제품과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카카오톡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선물 받아 커피를 마시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인한 위치정보, 결제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소비자들은 굳이 PC 앞에 앉아있지 않아도 간편한 소비를 할 수 있고 판매자들은 보다 다양한 프로모션의 기회를 가지게 됐다. 소비자들은 이동 중에도 어디에서나 쇼핑도 하고 식당도 예약하고 극장 표도 살 수 있다. 또 O2O 플랫폼에서 근처에 있는 소비자들의 정보를 상점들에게 알려주면, 상점들은 소비자들에게 각종 이벤트 쿠폰이나 세일 정보를 보내는 등 프로모션을 즉각 시행할 수 있고, 단골들과 쉽게 소통하여 충성도를 올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경영정보 분야에서 발표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뉴욕대 고즈 교수 연구진은 중국의 대형 쇼핑몰에서 무작위 추출 실험을 통해 스마트폰 광고의 효과를 측정했다. 소비자들의 쇼핑몰 내의 궤적을 기초로 발송한 모바일 광고는 매출 증대에 효과적이었으며, 특히 소득이 높은 소비자들에게, 주말 보다는 주중에 광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 연구는 오프라인 상점들에게 새로운 기회에 대해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목 좋은’유명 브랜드 상점이 신문 광고를 내고 플랭카드를 걸면서 홍보를 할 경우 매출이 극대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만일 O2O를 잘 활용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다수의 소비자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다.
오프라인 상점의 또 다른 장점은 고객들이 매장에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실제로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매장에 온 고객에게 다른 상품까지 구매하도록 여러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전략도 활용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입장에서 O2O 기회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 모바일, 매장 등 다양한 채널을 결합한 옴니채널(Omni-Channel)를 활용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물론 O2O 서비스는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다. 위치 및 결제정보 등 개인 정보 관리와 관련된 당면과제가 산적되어 있다. 온라인 및 모바일 거래와 관련된 규제 등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이미지, 3D 가상 피팅, 드론 등 첨단 IT기술도 상용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 1980년대‘비디오는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가 있었다. 음악 전문 케이블 TV 채널인 MTV가 처음 방송을 시작하면서 이 상징적인 노래를 방송했다. 컬러 TV의 보급과 함께 뮤직 비디오 중심의 음악 시장이 올 것을 예견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라디오는 여전히 음악 유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전통 유통채널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때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