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타민엔젤스, 하나를 사면 하나가 기부되는 '착한소비'

"함께 사는 사회, 기부로 이뤄지는 나와 모두가 건강한 세상"
“반값 비타민, 회사가 이익을 포기하면 된다!”

입력 : 2016-10-06 오후 3:14:15
비타민(vitamin)은 적은 양으로도 인체의 물질대사나 생리기능을 조절하는 필수 영양소다. 부족할 경우 야맹증이나 괴혈병, 성장부진 등 다양한 질환이 발생한다. 그러나 체내에서 전혀 합성되지 않거나, 합성되더라도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식품으로 섭취하는 게 이상적이다. 섭취가 간편한 다양한 종합 비타민 제품들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일상생활에 바쁜 현대인들이 꾸준히 챙겨먹는 것은 쉽지 않다. 하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회 취약계층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비타민엔젤스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비타민제품을 판매하고, 판매된 수량만큼 사회 취약계층에게 기부하는 서울시 지정 사회적기업이다. 하나를 사면 자동적으로 하나가 기부된다. 자신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의 건강도 챙겨줘 ‘착한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회사다. 염창환 대표는 “한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취약계층들에게 지원되는 급식 카드의 경우 한 끼에 4000원을 사용할 수 있는데, 전체 사용액 중 35%가 편의점에서 사용된다”며 “당연히 영양섭취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그들에게 비타민 섭취는 남의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비타민의 공급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타민은 생명, 활력, 삶을 의미하는 라틴어 ‘vita’에서 유래한다.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염 대표를 지난 4일 서울 교대역 인근에 위치한 염창환병원에서 만났다.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염창환 비타민엔젤스 대표는 국내 1호 호스피스 완화의학 교수이자, 전천후 암치료 의학박사로 더 유명하다.
 
사회적기업 비타민엔젤스를 이끄는 염창환 대표의 병원 사무실. 사진/뉴스토마토
 
호스피스 완화의학은 기대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암 환자들의 치료를 끝까지 돕고, 치료 부작용을 관리해 고통을 줄여주며, 정신적·사회적 치료로 편안한 임종까지 보살피는 의료의 한 분야다. 치료(cure)가 어려운 환자들을 돌보는(care) 개념이다. 
 
1968년생인 염 대표는 초등학교 시절 슈바이처 전기를 읽으며 의사의 꿈을 키웠다. 연세대 의대 본과4학년이었던 1992년, 한 복지병원에서 진통제도 제대로 못쓰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말기암 환자들을 접하고는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호스피스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당시 한국에서는 관련 분야에서 체계적으로 교육받기 어려웠다. 염 대표는 호주와 미국, 독일 등 외국의 선진시설들을 찾아다니며 연구했고, 국내 1호 완화의학 교수가 돼 후학들을 양성했다. 2011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염창환병원을 개원해 종합 암치료 및 호스피스 분야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염 대표가 비타민엔젤스를 시작한 계기는 지난 2005년 학회 참석차 들렀던 아프리카에서 한 구호단체가 주민들에게 비타민을 나눠주는 것을 보게 되면서다. 그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의료봉사는 이미 다치거나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주된 일인데, 그 이전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예방적 발상 자체가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항암연구 차원에서 2003년 대한비타민연구회를 만들었던 염 대표는 비타민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귀국하자마자 평소 의료봉사를 다니던 한 장애인시설에 비타민 기부를 시작했다. 염 대표는 “감기에 걸리는 아이들이 줄고 잔병치레도 줄어드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다만 혼자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비타민 나누기에 동참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제3세계 아이들에게 다른 한 켤레가 기부되는 미국의 신발브랜드 ‘탐스’에 관한 글을 보게 된다. 비타민 역시 비슷한 플랫폼 적용이 가능하다고 믿고 2013년 비타민엔젤스를 설립한다.
 
비타민엔젤스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기부하게 되는 과정이다. 자료/비타민엔젤스
 
1+1 반값 비타민이 가능한 이유 “회사가 이익을 포기하면 된다”
 
비타민엔젤스는 탐스와 같이 ‘제품 하나를 사면 그대로 하나가 기부되는’(One for One) 방식으로 운영된다.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가 아니라 소비자가 구매하는 만큼 기부돼 기부사실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매달 기부내용을 구매자들 모두에게 문자로 발송해 알려준다. 공식 홈페이지(www.vitamin-angels.com)에도 비타민이 기부된 단체와 액수, 전달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10월 기준 200여개 시설 대상으로 4만4669개, 8억6600만원 상당의 비타민이 기부됐다.
 
염 대표는 “비타민 판매가 일정량 이상 이뤄지면 기부 전문기관인 NGO 단체에 연락해 상황에 따라 국내 혹은 해외로 나눠 비타민을 기부한다”며 “국내는 ‘비타민엔젤스 클럽’이라는 명칭으로 복지시설과의 장기제휴를 추진하고 있고, 해외 쪽은 제3세계 구호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비타민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염 대표가 자존심을 걸고 만들어 품질은 기존 제품들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까다로운 품질검사를 통과한 고급 원료만 사용하고, 성분의 원산지도 모두 공개하고 있다. 제조 과정에서도 총 7번의 품질검사를 한다.
 
현재 비타민엔젤스는 8가지 제품을 출시했다. 종합 비타민 3종류(어른용·엄마용·아이용), 비타민D, 유산균, 알티지오메가3, 그리고 메가비타민C 2종이다. 이중 종합 비타민은 사회 취약계층 기부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어른용은 홀로 어렵게 지내시는 독거노인들, 엄마용은 미혼모들, 아이용은 결식아동과 소년소녀가장 등을 위해서다. 나머지 제품들도 끼니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로 구성됐다.
 
가격은 시중 유사제품의 50%~70% 수준이다. 염 대표는 “수익을 위한 사업이 아닌 기부를 위한 사업이기 때문에 제품 가격을 상당히 낮게 책정했다”며 “많이 팔려야 기부도 늘어나게 된다. 최대한 많이 팔리도록 가격을 낮췄다”고 말했다.
 
중간유통과정을 없애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판매해 가능한 일이다. 회사의 이익도 최소화했다. 비타민엔젤스는 염 대표 병원에 거점을 둬 사무실 임차료가 거의 들지 않는다. 염 대표는 무임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직원들만 월급을 받는다. 회사의 영업이익은 고스란히 사회봉사와 운영자금으로 환원된다.
 
염 대표는 “기부한 곳에서 좋은 효과를 보았다고 감사의 메시지를 전해올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며 “좋은 품질의 제품을 착한 가격에 제공해 구매자와 기부 받는 분들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제개발협력NGO 지구촌공생회를 거쳐 케냐 지역 어린이들에게 비타민엔젤스 제품이 기부되고 있다. 사진/비타민엔젤스
 
“극심한 양극화함께 사는 사회 위해 기부가 중요하다”
 
사실 비타민엔젤스는 염 대표가 평생에 걸쳐 해온 다양한 사회봉사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그는 의대생 시절부터 의료봉사활동을 다녔고, 군의관 시절에도 박봉을 쪼개가며 봉사를 이어갔다. 외부 강연이나 TV출연으로 받는 돈은 고아원출신 대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전액 기부된다.
 
비타민엔젤스에 대해서도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믿음을 주고 회사 홍보를 위해 사회적기업이 되기는 했지만, 딱히 사회적기업가가 목표는 아니다”며 “회사가 본 궤도에 올라 자생 가능한 수준이 된다면 언제든지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염 대표에게 왜 그렇게 사회봉사에 열심인지 물었다. 그는 자선활동에 열심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주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 멜린다 게이츠가 지난 2014년 스탠퍼드대 학위수여식에서 내놓은 공동 축사를 인용했다.
 
당시 게이츠 부부는 “우리가 불평등에 대해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놀라운 진보와 발명은 세계를 더욱 더 크게 갈라놓고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가난하고 병든 사람, 타인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에 대한 공감과 열정이 중요하다. 졸업 후 언젠가 인간의 고통과 마주한다면 피하지 말고 그것을 향해 몸을 돌리라”고 졸업생들에게 주문했다.
 
염 대표는 “기술의 발달로 1명이 99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분배가 제대로 안 돼 우리사회 양극화는 심각해졌다”며 “양극화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큰 피해를 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기부가 매우 중요하다”며 “병원 경영에서 나오는 돈으로 나와 우리 가족이 먹고사는 것은 충분하다. 그 일부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회에 돌려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죽음 앞에는 누구나 평등하며, 죽음을 알고 포용하려는 존재는 겸손할 수밖에 없다. 길거리의 노숙자부터 권력과 재력을 가진 유명인까지 3000여명에 가까운 환자들의 임종을 지켜본 염 대표가 낮은 자세로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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