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갑질, 기관동원·비용전가 여전"

명절 행사 때는 물품구매까지…채이배 "금융위 자기개혁부터"

입력 : 2016-10-06 오후 4:14:43
[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금융위원회가 매년 명절 때마다 전통시장을 방문하면서 산하기관 등을 동원해 물품을 구입하는 등 소위 ‘갑질’ 행태를 벌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자체점검을 통한 금융개혁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금융위 내 갑질 행태부터 근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진행된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가 산하 공공기관과 민간협회 등에게 보이는 갑질 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근본적인 시정을 촉구했다.
 
채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금융위의 갑질 행태는 금융위 행사에 대한 기관 동원, 파견 명목의 인력 차출, 홍보비용 전가 등이다. 채 의원실이 금융위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금융위는 매년 명절마다 전통시장 방문 행사를 진행하면서 관리감독 중인 공공기관과 협회, 증권금융, 미소금융 등을 행사에 동원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행사에 참여하는 기관 수는 5~8개를 오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채 의원실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중 3~4개의 협회가 돌아가면서 금융위 행사에 동원됐고, 신용보증기금은 매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탁결제원도 매년 행사에 나왔다. 때에 따라 금융위에서 증권금융과 미소금융을 부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기관은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품목을 분담해 약 2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해 왔다. 채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시장에 방문하면서 기관들이 물품을 지정한다”며 “예를 들어 떡과 과일, 건어물 같은 물품을 나눠서 한 기관이 한번 행사에 약 200만원을 쓴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위는 전체 인력의 4분의 1, 정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을 산하기관과 협회 등으로부터 파견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위가 각종 유관기관에서 파견받은 인력은 81명이다. 이는 민간수견인력을 제외한 금융위 정원(259명)의 31.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대해 채 의원은 “납품업체 소속 직원 파견을 요구하고, 그 인력을 마치 마트 직원처럼 써서 비판받았던 대형마트들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라며 “관행적 인력 차출을 중단하고, 정원 확대가 필요한 부분은 확대하며, 민간으로부터의 파견이 실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에 한해 엄격히 파견을 받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가 유관기관에 홍보비용을 전가한 점도 문제 삼았다. 채 의원이 금융위와 각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가 작년 11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총 46억원 규모의 정부 정책 홍보비용을 유관기관에 전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각 기관들에게 분담금액과 방송사까지 지정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기관들은 최소 3000만원(예탁결제원)에서 최대 10억6600만원(금융감독원)까지 홍보비용을 부담했다. 이외에도 한국거래소 6억8800만원, 은행연합회 4억원, 기업은행 3억9000만원 등에도 홍보비용이 전가됐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으로부터 비용 전가에 대한 지적을 받았지만 여전히 이같은 행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채 의원의 설명이다.
 
채 의원은 “금융위에 만연해있는 소위 ‘갑질’ 행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시장에서 금융개혁의 성과를 체감하기 요원할 것”이라며 “금융개혁에 앞서 금융위의 자기개혁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저희가 물적·인적 자원의 부족으로 유관기관의 협조를 받거나 때로는 유관기관도 필요에 의해 저희와 연계가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금융위가 기관이 원하지 않은데 (유관기관을) 동원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임 위원장은 “의원님이 말씀했던대로 (금융위의) 정식 인원이 확대돼 운영돼야 하는데 정부의 여러가지 상황이 원활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서울 중구 세종로 금융위원회 로비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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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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