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미래 조경 화두는 기후 변화 고려한 지속가능한 외부공간"

박명권 그룹한 대표이사
"조경분야 업역 넓히고, 인재양성·기술개발 적극 나서야 할때"

입력 : 2016-10-10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국내 최고의 조경설계회사를 이끌고 있는 '그룹한'의 박명권 대표. 그는 서울 명문대 조경학과를 졸업했지만 대기업이나 연구소 등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 길을 포기하고 당시 신생분야나 다름없는 조경설계 분야에 도전장을 냈다. 친구 3명이 모여 지하 셋방에서 어렵게 창업 한 뒤 현실의 높은 벽에 막혀 힘겨운 일도 많았지만 현재 그는 조경분야 여러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성공한 사업가가 됐다.
 
박 대표의 성공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배제하고, 미래 변화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동주거생활에서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단지 내 조경의 경우 유행을 쫓지않고, 앞으로의 사회가 요구하는 사람·기후·환경 등 미래를 내다본 설계를 선보였다.
 
그가 전망하는 미래 조경 분야 화두는 '지속가능한 외부공간'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순환구조가 가능한 자연공간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또 통일시대를 대비한 산업 구조, 업계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박명권 그룹한 대표이사
 
 
-조경 분야의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이끌고 있는 회사는 '그룹한'으로, 올해로 창립 22주년을 맞이했다. 조경설계회사 중 역사가 오래된 회사 가운데 한 곳이다. 지금은 계열사를 포함해서 직원이 130여명인 조경 토탈 솔류션 그룹으로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 조경설계, 생태복원, 대규모 도시계획,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우수관리 등 폭 넓은 친환경분야에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회사를 통해 자연형 놀이시설과 옥상녹화, 기후변화 대응 시설물 등 조경, 환경분야의 기술과 노하우를 축척해 오고 있으며, 조경언론매체인 월간 환경과조경, 에코스케이프 등과 도서출판 한숲 등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서울정원박람회에 주관사로 적극 참여했는데.
 
서울시가 주최하고 월간 환경과조경이 주관하는 '2016 서울정원박람회'가 지난 3일부터 7일간 월드컵공원 내 평화의공원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서울정원박람회의 주제는 '정원을 만나면 일상이 자연(自然)입니다'였다. 이번 박람회에는 85개의 정원과 39회의 문화공연, 12개의 컨퍼런스, 70여개의 업체가 참여해 작년보다 규모도 커지고 콘텐츠도 풍성해졌다.
 
정원전시공간에는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가 만든 정원들과 초청작가의 전시도 진행됐다. 국립수목원 등도 함께 해 도시 속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사색과 휴식의 정원을 선물했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작가정원, 학생들과 시민들이 참여한 포미터스퀘어(4㎡)가든 20개소, 서울시 자치구가 만드는 특색 있는 주제정원 등 각양각색의 정원이 펼쳐졌다.
 
특히, 환경과조경이 주관하는 국제정원도서전은 세계 각국에서 발행한 500여종의 정원관련 도서를 한자리에서 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또 가든센터는 해외 정원용품, 정원정보, 정원식물정보, 세밀화 전시, 사진전 등 정원문화를 한 곳에 모아놓은 정원 선물세트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지난 3일 서울 월드컵공원 평화의공원에서 개최된 '2016 서울정원박람회'. 박명권 대표가 이끄는 월간과 조경은 주관사로 참여해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다. 사진/그룹한
 
 
-공동생활공간인 아파트에서 조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의 환경이 인테리어나 건축 못지않게 중요해지면서 무엇보다 아파트 조경설계를 맡은 조경가가 초기의 단지배치 단계에서부터 참여하게 된 것이 큰 변화다. 또 그만큼 조경가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도 생각한다.
 
테마공간을 처음으로 도입한 수원 금곡 LG빌리지와 파격적으로 아파트 한 동을 들어내고 그곳을 조경공간으로 꾸민 수지 1차 LG빌리지가 아파트 조경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이후 한국의 전통적 모티브를 설계에 반영하기도 하고, 지속가능하고 생태적인 조경을 아파트 단지에 시도하기도 했다. 서울시 조경상을 받은 신도림 대림 'e-편한세상'과 2011년 세계 조경가 대상을 받은 일산 '위시티 자이'가 대표적인 생태 주거단지의 사례다.
 
앞으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외부공간을 만드는 조경이 아파트에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우수를 활용해 레인가든을 만들고 자연 수순환 체계를 회복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생태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그룹한은 하남미사지구 '센터럴 자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하바드 대학교 커쿠드(Niall Kirkwood) 교수님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생태적 조경설계를 시도하고 있다.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
 
우선 '반포자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 외부공간의 개념에 초점을 맞춘 작품인데, 그중 하나는 물길이다. 예전 우리 마을의 커뮤니티 장소는 정자목 아래이기도 했지만, 시냇가 역시 마을주민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장소였다. 지금의 관점에서는 계류를 생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데, 예전 시냇가는 커뮤니티 장소였다는 점에 착안해 단지 전체를 감싸고 도는 두 갈래의 물길을 만들었다. 또 하나는 리빙가든이다. 아파트 내부에 리빙룸이 있는 것처럼 외부공간에도 리빙룸과 같은 리빙가든을 제안해 봤다. 과거에는 아파트가 판상형이어서 자연스럽게 클러스터가 형성됐는데 최근의 타워형 아파트는 너무 체계없이 트여 있어서 사람들이 외부공간에서 위압감을 느낄 때도 있다. 반포자이는 타워형 아파트 외부공간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개인적으로는 진일보한 아파트 조경을 선보인 작품이라 생각하고 있다.
 
또 '일산 위시티 자이'는 단지 내의 공간 디자인에 머무르지 않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조경가가 참여해 전체 마스터플랜의 계획과정에서 회색 인프라가 아닌 그린 인프라가 중심이 돼 단지계획에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개념적 접근이 시도된 작품이다.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호박 속에 박힌 모기의 혈흔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해 거대한 공룡을 되살려 내는 것처럼, 개발로 인해 훼손되고 파편화 돼 흔적만 남아 있는 부지내의 녹지와 물의 흔적을 복원해 내는 프로세스를 통해 단지 전체의 그린 인프라스트럭춰(Green Infrastructure)를 구성해 나간다는 전략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공원 프로젝트로는 시흥 배곧 생명공원을 꼽을 수 있다. 인간에 의한 개발로 훼손되고 폐기된 해안 매립지를 다시 자연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생명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이곳은 매립에 의해 바다의 기억은 사라져가고, 다이나믹한 해안선은 단순해졌다. 우리는 급격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가는 바다의 기억을 회복하고자 갈대, 섬, 갯벌, 바람, 나루, 안개, 해송, 낙조 등 8가지 바다의 기억을 테마로 설정하고, 매립에 의해 직선화된 6km의 호안을 굴곡진 12km의 다이내믹한 호안으로 바꿨다. 또한 수변공간에서 철새와 물고기가 돌아오고, 사람들이 오랫동안 즐기고 머물 수 있도록 숲, 바람, 물의 미기후 조절을 통한 쾌적한 프롬나드를 조성했다.
 
-현정부에서 '통일 대박론'이 화두다. 조경 산업의 통일 이후 규모나 위상 변화는 어떨까.
 
통일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남북한의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당장 북한 지역의 인프라구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도로 철도와 항만, 산업단지, 공공주택, 환경정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간접자본의 구축이 필요하게 된다. 남한의 건설업체와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인프라 구축사업에 대거 참여하게 되고 남한의 선진화된 건설기술 인력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우리 조경 분야도 조경설계물량 확대는 물론, 조경수목과 조경시설물자재의 생산, 유통, 조경 기술교육 훈련 등에서 새로운 시장과 고용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조경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러한 조경시장 확대의 부가가치는 고스란히 국내 조경 업체에게 발생한다.
 
조경수는 해외에서 수입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을 남한에서 재배된 수목으로 공급해야하고, 조경시설물과 자재 또한 이미 국내업체들이 세계적인 품질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북한의 노동력을 동시에 활용한다면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크게 염려할게 없을 것이다. 경험이 많은 남한의 조경전문가들은 설계, 감리, 교육 등에 참여하고, 저임금의 수많은 북한 노동자들을 활용하면 조경회사들의 경제적 부가가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통일은 우리 조경 분야에도 분명한 기회가 될 것이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경영 목표가 궁금하다.
 
대부분 젊은 디자이너로 구성돼 디자인 경향의 변화 포착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자연과의 동거'라는 기업모토를 가지고 조경설계를 바탕으로 한 경관 및 생태계획, 도시계획, 환경디자인까지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주거단지 조경 및 공공 부문뿐만 아니라, 국제현상설계 참여와 해외프로젝트 수주 등 국제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설경기 영향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지금의 우리 조경분야가 앞으로 나아갈 길은 우리의 업역을 스스로 넓혀나가는 영역확장의 전선에 뛰어들어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과 조율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조경분야가 미래사회에서 지구의 환경을 위해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기여할 수 있는지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미래를 위해 인재양성과 기술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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