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서울의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증가율이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주거복지를 위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공공임대주택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특히 높은 전셋값 등 주거비 부담이 큰 서울 지역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이 전국 평균에 비해 적은 것으로 나타나 취약계층의 서울살이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국토교통부의 공공임대주택 재고 통계를 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은 44만5721가구에서 88만6127가구로 약 100%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은 12만7863가구에서 19만7685가구로 약 5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에는 영구임대 4만7000가구, 50년 임대 7만9000가구, 국민임대 4만4000가구, 장기전세 2만7000가구의 재고가 남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년간 전국의 장기공공임대주택의 공급량은 4만294가구, 매입임대주택은 1만2948가구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서울에서는 매입임대주택 신규 공급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매입임대주택은 서울시가 주도하는 SH와 중앙 정부가 주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의해 신규 공급이 이뤄지는데 LH가 공급하는 물량이 꾸준히 줄면서 전체 신규 공급량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SH의 경우 2011년까지는 연간 공급물량이 최대 750가구였지만 2012년 1500가구, 2013년 1219가구, 2014년 1121가구로 증가했다. 지난해는 3188가구로 전체 공급량의 30%를 차지했다.
반면 LH는 2009년까지 연간 1000가구 이상 공급했지만 2012년 306가구, 2013년 546가구, 2014년 673가구, 2015년 668가구로 공급이 줄었다. 전체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14.3%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6.2%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사업인 행복주택의 재고 증가는 지난해 기준 847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내년까지 15만가구의 행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행복주택 공급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는 있지만 물량 확보에 급급한 나머지 교통이 불편하고 청년층의 선호도가 낮은 곳에 후보지를 선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김현아 의원이 LH에서 시행하는 행복주택 사업 후보지 166곳을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업 후보지의 절반에 달하는 83곳은 반경 2km 이내에 지하철역이나 기차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5곳은 반경 5km에서도 기차 등을 이용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했다.
지난해 10월 첫 입주가 시작된 행복주택 1호 서울 송파구 삼전지구의 모습. 사진/뉴시스
심지어는 정부가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 우려가 있다고 지정한 지역에서도 행복주택이 대량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선정된 경기 고양시에는 앞으로 약 8000가구의 행복주택이 공급되며 경기 평택시(3934가구), 남양주시(2210가구), 시흥시(1816가구), 인천 중구(1440가구), 충남 아산시(2454가구), 경남 김해시(1130가구) 등 미분양 관리지역에도 행복주택 약 2만5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행복주택 후보지는 민간 전문가 및 해당 지자체 담당자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후보지 선정협의회 등을 통해 선정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적재적소 공급' 원칙 하에 젊은층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요맞춤형 임대주택으로 조성하고, 도심 내 매입임대방식 등 사업유형 다각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