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잘못된 것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고 백남기씨 유족 대리인 이정일 변호사 “경찰, 진정 사과한다면 부검영장 공개해야"
"경찰은 검찰에 검찰은 법원에 책임 떠넘겨 부검 결정 유족에게 강요"

입력 : 2016-10-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홍연·김광연 기자] “집회가 있는 곳에는 폭력적인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더 강력하게 처벌하면 돼요.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집회 전체를 불법적이고 폭력적으로 몰아갑니다. 이게 문제에요.” 이정일(48·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는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으로 불거진 우리나라 시위와 대응에 대한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백씨가 사망한 뒤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대리 중이다. 이 변호사는 백씨 사망 이후 거의 매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들른다. 업무를 마친 저녁 시간에 한두 시간가량 머물며,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한 내용을 유가족과 공유하고 법적인 부분을 검토해 알려준다. 최근에는 서울대병원에 고인의 사망 진단서에 기재된 사망원인을 정정해달라는 요청을 냈다. 그는 이번 사안이 일반 사망 사건과는 달리 정정이 쉽게 해줄 상황이 아니라면서도 “잘못된 것이 드러나면 스스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를 만나 백씨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를 짚어봤다.
 
서울대병원이 백씨의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록한 가운데, 보험급여를 11차례 청구할 때는 '외상성경막하출혈로 기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백씨의 사망을 둘러싼 논란은 가속화되고 있다백씨의 사망 직후 퇴원기록에는 '외상성 경막하출혈'이라는 진단명이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의 친필서명과 함께 적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변호사는 사건을 맡기 전 백 씨가 천주교 신자이며, 세례명이 임마누엘이라는 것만 알았다고 말했다. 징을 치면서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에서 아버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같은 천주교 신자 한 사람의 고통 앞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고인이 사망한 날부터 이 사건에 참여하게 됐다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다. 조용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도 그에게 "집에서 (장례식장) 거리도 가깝고 오래갈 사건 같으니까 신경을 쓰라"고 권한 것도 대리를 맡는 데 한몫 했다.
 
이 변호사는 자신이 의료 전문가가 아니라사망진단서에 대해 의료적 관점에서 말 하긴 어렵다고 했다다만, “선행 사인이 급성 경막하 출혈이면 99.9% 외인사로 본다는 게 의료진 최초 의견이라며 그 이후에 서울대학교 의대생들대한의사협회 등에서도 외인사로 기재하는 게 맞는다고 했는데 왜 병사라고 했을까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아내 박경숙 씨와 백남기씨의 변호인 단장 이정일 변호사가 지난 4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사망 진단서 관련 '종로경찰서 협의'에 대한 유가족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대병원 원장 면담 요청과 사망진단서 변경 요청 공문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4일 사망 진단서에 대한 정정을 서울대병원에 정식으로 요구했는데.
면담 요청과 사망진단서 정정을 신청했다. 서울대병원은 면담 요청에 대해서는 답을 주겠다고 하면서 아직 답을 안 주고 있다. 정정 요청에 대해서는 논의하겠다는 정도의 내용만 전달받고, 아직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법적으로 정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조금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자살이나 교통사고 같은 경우 진단서를 발급받은 사람이 진료 기록에 대한 정정 요청을 하면, 의료진은 가족들을 위해 정정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안은 쉽게 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주위에서 잘못됐다고 하는 걸 스스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에 따라 정정해주면 좋은데, 정정이 안 되면 법적으로 정정하는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
 
부검 결과 병사로 결론이 난다면 민사소송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진단서에 병사라고 기재됐다 하더라도 의무기록지 검증을 통해 물대포를 쏜 행위와 사망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판단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민사 책임을 묻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살수를 한 경찰들에 대해서 살인죄 또는 업무상 과실 치사죄로 고소한 형사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망진단서가 병사로 기재돼 부검이 필요하다는 빌미를 제공하긴 했지만, 의무기록지를 토대로 사망의 원인을 밝히는 전례들이 많아 사망진단서만 정확히 분석하면 사망 원인을 명백히 밝힐 수 있다고 본다
 
경찰의 직사 살수 행위와 사망 간 인과관계 중요 업무 기록지 전체에 대한 감정을 신청했는데.
의무기록지 감정촉탁신청을 구두로 신청한 상태다. 의무기록지를 담당 의사들에게 주고, 분석 내용을 토대로 법원에 감정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재판부가 집행했고, 즉시 제출이 아니므로 절차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민사 재판에 유족과 함께 이름을 올렸던 백씨가 숨졌는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청구 액수가 확장될 가능성도 있나.
당연하다. 위자료 액수는 상당한 변경이 있을 것이다. 소송 당시 백 어르신이 살아계셨기 때문에 기본적인 소득과 의식 불명에 빠진 위자료에 대한 부분만 산정해 청구했다. 하지만 사망했으면 위자료 산정 기준도 달라져 금액을 증액해 청구해야 한다. 청구권을 다른 상속인들이 상속하므로 그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 청구 취지 변경을 하고, 금액 산정은 전례를 보고 어느 정도 청구하는 게 맞을지 고민하고 있다.
 
법원이 고인 시신 부검 영장을 처음에는 기각한 뒤 두 번째는 '조건부 발부'했다.
법적인 관점보다 조건부 부검 영장이 가족들에게 주는 상황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경찰은 검찰에 공을 떠넘기고, 검찰은 법원에 부검 영장에 대한 책임을 떠넘겼다. 법원은 조건부 영장을 발부함으로써 가족이 아버지 시신에 대해서 칼을 댈지 말지를 결정하라는 사안을 강요하고 있는 형국 아닌가. 법에 호소하는 사람에 대해 대해서 마지막으로 권리를 보호해 주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라면, 영장을 기각시키고 의무기록지를 통해서 사망 원인 밝히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진/뉴스토마토
 
경찰은 부검 절차에 대해 상의하자는 공문을 보내며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심심한 위로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보내는 공문서에 들어가는 전형적인 문구에 불과하다. 일단 살수차 행위와 관련된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가족들에게 말하는 게 진정한 사과다. 진정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하면, 가족들이 궁금해하는 부검 영장 전체도 제공해야 한다. 그 내용을 빨리 알려줘 가족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빨리 못 주면 미안하다고 한다든지 해야 한다. 부검 청구에 대해서도 유감스럽다고 한다든지.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 가족들에게 이야기할 경우에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경찰이 고인에 대해 부검 영장 강제집행을 진행할 것이라고 보나.
경찰이든 검찰이든 부검을 진행할 거로 생각한다. 처음에 영장을 신청했는데 기각되지 않았나. 정말 의지가 없었다면 두 번째 청구를 안 했을 거다. 어떤 행태라든 간에 수뇌부의 결정이기 때문에 경찰은 끝까지 부검 영장 집행할 것이다.
 
야 3당이 특검안을 발의했다.
특검 내용에 대해선 잘 모른다. 현재 상황에서 검·경의 자체 수사로는 명확한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특검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검찰은 사건 발생 후 일 년이 다 되도록 제대로 수사 안 했다. 특검을 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할지 의문이다.
법률가로서 기본적으로 부검의 필요성은 사망의 원인이 명백하지 않을 때라고 알고 있다. 유가족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보호해주기 위해 사망진단서, 의무기록지 등을 참고해 부검 하지 않은 사례가 꽤 많다. 유가족이 부검으로 인해서 피해를 당하지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특검의 핵심 내용으로 포함돼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폭력시위-강경 진압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집회가 있는 곳에 폭력적인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강력하게 구분해 처벌하면 된다. 그런데 그 사람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집회 전체를 불법적이고 폭력적으로 몰아간다는 게 문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한국방문을 방문했을 때 20만 명 이상 모였다고 들었다. 이것도 집회지만, 종교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신고 없이도 할 수 있다는 점만 다르다. 경찰이 평화로운 집회를 위해 엄청나게 동원됐다.
하지만, 민중총궐기에 대한 경찰의 태도는 어땠나. 폭력집회라고 보고 수많은 경찰 병력과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살수차를 모두 동원했다. 차벽을 이동하는 것은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집회를 관리하는 이런 경찰의 행태는 폭력 집회로 유도하는 측면이 강하다. 국제연합(UN) 집회 결사에 대한 보고를 보면 차벽과 물대포가 오히려 집회 참가자들을 흥분시켜서 폭력성을 유도한다고 했다. 이런 것들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홍연·김광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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