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은행들의 대출 목표치와 실제 대출 규모를 비교해 보는 사실상의 총량 규제를 마련했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이 은행에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계획'을 요구한지 한 달 만이다. 8·25 가계부채 대책과 더불어 이번 규제 방안으로 집단대출 심사가 깐깐해지고 대출 금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이에 따라 생계자금이 필요한 취약계층의 대출이 어려워지고, 투기 목적이 아닌 주택 실수요자의 자금줄이 막히는 등 서민층에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검토하는 한편, 연초에 설정한 대출 목표치를 지키고 있는지 특별점검하는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특별점검이라는 압박 카드로 은행들이 애초에 세운 목표치 내에서 가계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면밀히 살펴보고,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은행을 상대로 리스크 점검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실제적인 감독·검사는 금감원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직접 대출 총량 목표를 설정한 것은 아니지만 '자율적 설정 목표'에 근거한 사실상의 총량 관리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또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이 연초 세운 가계대출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은행에 대해선 금융감독원이 가계대출 관리실태와 규정 준수 여부 등을 특별 점검할 계획"이라며 총량 규제를 시사했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검토하고 대출 총량 규제를 시사해 은행권 대출 심사가 더 깐깐해 질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8월25일 가계부채 대책이 수립된 이후 은행권 대출을 옥죄는 방안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 현황을 점검하는 것은 지난 9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9월과 10월에 은행권 대출 관리 강화 방안이 연달아 추진된 셈이다. 지난 9월2일 금감원은 가계부채 점검을 위한 특별 T/F를 출범하고, 은행권에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금감원은 현재 은행들이 낸 관리 계획서를 검토하는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에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방안을 제출하라고 추석 전에 요청했다"며 "현재는 자료를 검토하면서 은행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단계에 와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계부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금융위가 특별점검을 계획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가 이처럼 지난 가계부채 대책을 연달아 내놓는 이유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꺽이기는커녕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257조원으로 1년 사이 무려 11.1% 증가했다. 2월과 5월 수도권과 지방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고 8월에 가계부채 대책이 나왔음에도 가계부채가 역대 최고치로 급증한 것이다.
이번 대책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화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은행 대출은 이전보다 더 깐깐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8·25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집단대출 중도금 대출 보증비율이 100%에서 90%로 낮아지고 은행이 10%를 부담하게 된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 준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보증비율을 부분적으로 은행이 짊어지는 구조는 이제까지 없었다"며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리스크를 감안해야 하는 만큼,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더 까다롭게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도 높아졌다. 연내 미국 금리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은행들이 리스크 방어 차원에서 대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의 빚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 금리 인상과 연동해 국내 금리가 올라가면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이자 상환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저소득층이 부채를 갚아나갈 여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