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전자가 사라진다고 가정하면 국내 1만개 기업 중 거의 70%가 증발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타격이 가해진다. 지난해 1만개 기업의 총 매출액은 1910조원으로, 이중 삼성전자가 135조원을 차지했다. 비중은 7.1%지만, 하위권 기업부터 매출을 더하면 6830개의 합계와 맞먹는다. 같은 셈법으로 삼성전자 매출이 10%만 하락하면 중소기업 2400개가 없어진다. 특정 상위기업에 대한 쏠림현상은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부담이다.
한국2만기업연구소는 11일 ‘국내 1만개 기업 매출 현황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지난해 매출 1조 클럽에 가입된 기업 수는 219개로, 이들의 총 매출액은 1268조6292억원이었다. 상위 2%가 전체 매출의 66%를 책임지는 ‘가분수 구조’다.
1만개 기업 분포가 가장 높은 구간은 매출 10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 사이다. 이 구간에 4802개(48.0%)가 포진했다. 다음으로 매출 100억원 미만 기업이 1969개(19.7%)로 많았다. 이어 5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이 1467개(14.7%),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이 1345개(13.5%)다. 5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대기업은 198개(2.0%)에 그쳤다.
중견기업에 속하는 500억원 이상 1000억원 사이 기업의 매출액은 102조223억원(5.3%) 수준에 불과했다. 기업 수는 1467개로 많지만 삼성전자 한 곳의 매출액보다 적었다.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 소장은 “국가경제가 장기적으로 튼튼하려면 매출 5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의 중간 허리층이 지금보다 더 두터운 마름모꼴 내지, 항아리 유형에 가까운 산업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1만개 기업 중 매출 비중 1% 이상 기업은 모두 12개다. 1위 삼성전자(7.08%)에 이어 한국전력(3.07%), 현대자동차(2.33%), 기아차(1.71%), LG전자(1.49%) 순으로 집계됐다. 그 뒤를 SK에너지(1.46%), GS칼텍스(1.41%), 삼성디스플레이(1.38%), LG디스플레이(1.35%), 포스코(1.34%)가 따른다. 한국가스공사(1.33%), 현대중공업(1.28%)도 1%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매출 1조 클럽 기업을 가장 많이 배출한 그룹은 SK다. 금융권을 제외하고 19개의 계열사가 있다. 삼성은 14개로 2위에 올랐다. 이어 현대차, LG, 롯데가 각각 13개다. 한국전력도 9개를 보유했고, 한화와 현대중공업은 각각 6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S도 5개가 있다.
1조 클럽 기업 중 업종별로는 무역·유통이 가장 많았다. 33개가 관련 업종이다. 에너지 업종이 32개, 화학 업종이 24개, 자동차와 건설업이 각각 22개, 식품 관련 업종이 18개다. 전자 업종도 11개가 이름을 올렸다. 오 소장은 “국내 1만개 기업 중 전자, 에너지, 자동차, 무역·유통, 건설업 매출 비중이 6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빅5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바이오 및 제약, 로봇, 우주항공,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등의 차세대 먹거리 시장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