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실버 산업, 불황도 비켜간다

경제력 있는 시니어 급증에 관련산업 불티…"소비 줄여도 내 자식만큼은"

입력 : 2016-10-11 오후 6:07:09
실버 세대를 겨냥한 삼성전자의 고급형 폴더폰 '마스터'. 사진/삼성전자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노령화와 저출산이 산업계에는 기회를 낳고 있다. 고령 부유층이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하며 시니어산업이 급성장세를 보인다. 아이를 1명만 놓고 정성을 쏟는 추세는 엔젤산업으로 파생됐다. 이들 산업은 불황에도 수요 성장을 멈추지 않는 신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국제연합(UN)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오는 2026년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시니어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가 수요도 커졌다. 건강, 미용, 자기개발에 적극적인 730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시니어 층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이들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학력이 높고 문화와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은퇴 준비도 비교적 양호한 데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고령층의 소비 패턴을 주도한다. 주변국의 잠재수요도 충분하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인구 변화는 산업 틀을 바꿀 만한 위력이 있다. 중국 스마트데이터연구센터는 2025년 중국의 노령인구가 2억8400명, 2040년에는 4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유아 상품 및 서비스 시장도 성장 일변도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자녀를 적게 낳으면서 소비를 집중하는 세태가 두드러진다. 분유, 기저귀, 아동복, 유모차, 완구 등은 안전에 대한 걱정으로 이미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됐다. 이 또한 중국 시장이 유망하다. 코트라 ‘중국 엔젤산업 현황 및 유망분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엔젤산업 규모는 2조위안(약 340조원)을 돌파했다. 성장 둔화에도 향후 3년간 연평균 15%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해 2018년에는 3조위안(약 5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중 유아용품 수출도 최근 5년간 5.8배 급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우리나라 영유아 상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곧 60%를 넘고 있다. 2015년 분유, 기저귀, 카시트, 완구 등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90% 늘었다.
 
산업계는 실버·엔젤 세대 수요를 접목해 제품의 차별화를 꾀한다. 트렌드에 민감한 IT업종에서 특징이 잘 나타난다. 초기엔 값싸고 쉬운 ‘효도폰’으로 출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키패드가 넓어 조작이 쉬운 폴더폰 신제품을 지속 출시해왔다. 고령층이 선호하는 기능과 디자인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이러한 전략은 점점 세분화됐다. 경제력이 높은 고령층이 늘면서 폴더폰도 프리미엄 사양으로 진화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만 출시하는 갤럭시 폴더폰 시리즈가 있다. 내달에는 모델명 ‘SM-W2017’의 새 제품도 내놓는다. 국내 이동통신업계는 엔젤 세대 공략에 적극적이다. 최근 쿠키즈워치 준3를 내놓은 SK텔레콤을 비롯해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라인키즈폰과 쥬니버토키 등을 앞세워 어린이용 웨어러블 워치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안전과 교육 등 어린이 맞춤형 서비스에 특화돼 있다.
 
IT업계는 나아가 사물인터넷(IoT)의 고차원 서비스를 개발해 고부가가치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제조사와 통신사가 손잡고 IoT 기반의 가전제품 등을 선보이는 게 대표적이다. LG유플러스와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냉장고에 실버케어 서비스를 적용했다. 냉장고 문을 여는 이용자의 사용습관을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시간을 초과해 문 열림이 감지되지 않을 경우 위급상황을 알려준다. 보살핌이 필요한 실버 세대를 겨냥했다. 영유아 용품도 스마트워치 외에 스마트 침대, 스마트젖병, CCTV 등 다양한 IoT 기반 제품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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