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삼성전자·현대차, ‘부위정경’의 자세로

입력 : 2016-10-14 오전 6:00:00
부위정경(扶危定傾)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 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연일 악재가 터지면서 ‘황제경영의 폐해’라는 말이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를 단종하기로 하면서 3조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고, 현대차 역시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품질 결함 논란에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물론 18년 만에 판매량이 역성장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두 기업이 처한 상황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실제로 국내 30대 상장기업 순이익의 80%를 삼성과 현대차가 책임지고 있을 만큼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구조의 단면을 보여준 셈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를 이은 황제경영의 폐해, 조직의 수직화된 의사결정, 빨리빨리 조직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틀린 말이 아니다. 분명한 건 이 같은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긴 시간과 노력을 통한 구성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당장 바꿀 수 없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대응을 보면서 작은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과거 제품에 심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숨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입막음하기 바빴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 해결하지 않은 채 덮어 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발 빠르게 문제를 인정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소비자 중심의 질적 진화로 한 단계 선진화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의 발화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제품을 회수해 보상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계기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되고, 브랜드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삼성의 신뢰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미국 안드로이드폴리스는 네티즌 1만1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에 신뢰도가 더 높아졌다는 의견이 전체의 약 37%를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13%는 신뢰도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다른 매체인 GSM 아레나와 삼성전자 전문 블로그인 샘모바일 역시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현대차 역시 국내 엔진에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해당 엔진이 장착된 모든 차종에 대한 보증기간을 파격적으로 연장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공장의 엔진 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이지만, 국내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해 이 같은 조처를 한 것이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지만, 과거 양적 성장에 주목했던 국내 기업들이 소비자 중심의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거리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신기술이 접목된 제품 개발의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제품의 품질도 중요한 건 물론이거니와 제품을 만드는 기업과 구성원의 철학과 가치가 초일류 기업의 덕목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번 계기를 통해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부위정경의 자세로 말이다. 
 
김영택 산업2부 팀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영택 기자
김영택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