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함께 한국경제의 양대축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내우외환'을 겪고 있어 한국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강성 노조의 장기 파업과 신흥시장의 장기침체, 세타2엔진 논란 등 여파로 역대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올해 판매 역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위기로 국내총생산의 20%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7일쯤 3·4분기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증권가는 이와 관련 어두운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1998년 이후 18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영업이익률도 5년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는 장기화된 파업의 영향으로 역대 최악의 생산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005380) 노사는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이후 50일 만인 지난 12일 극적으로 임금단체협상 2차 잠정합의안에 의견을 모았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과 중소기업들의 불매운동 등 여론이 거세지면서 노조는 한발 물러섰지만 1차 잠정 합의 때와 같이 조합원 찬반투표가 남아 있어 올해 안에 임금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노조의 장기화된 파업여파로 올해 현대차의 생산차질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임금협상과 생산차질 규모는 14만2000여대, 3조1000여억원으로 현대차 노조는 올해 들어 24차례에 걸쳐 전면파업과 부분파업을 벌였으며 주말 특근 거부도 12차례에 달했다. 현대차 파업 등의 영향으로 9월 국내자동차 생산도 전년동기대비 22.7% 감소한 25만8026대에 그쳤다.
관련 협력 중소기업의 생산설비 가동률도 현대차 파업으로 20%포인트 이상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10개사 중 8개사는 지난 7월 이후 현대차 노조의 장기간 파업에 따른 피해를 크게 체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현대차 협력중소기업 12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노조 파업이 협력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파업 후 생산설비 가동률은 68.3%를 기록했다. 파업 전 생산설비 가동률(91.6%)보다 23.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응답기업의 81.7%는 '피해가 크다'가 답했다.
업계는 현대차를 둘러싼 잇단 악재로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월 현대·기아차의 연간 판매 목표를 813만대로 제시했다. 전년도 목표였던 820만대보다 7만대 낮춘 수치지만 노조 이슈 등으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동기대비 1.8% 감소한 562만1910대(현대차 347만9326대·기아차 214만2584대)를 판매했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영업이익률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로 정점을 찍은 뒤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2015년 6.9%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도 6.6%까지 떨어졌다. 기아차의 영업이익률도 2011년 8.1%에서 올해 5.2%까지 떨어졌다.
이에 현대차는 하반기 신형 그랜저 등 신차출시를 통해 위기극복에 나선다.
현대차는 2011년 HG 모델 이후 5년만에 6세대 그랜저(프로젝트명 IG)를 4분기 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의 대표적인 볼륨모델인 그랜저는 30년간 브랜드명을 이어온 만큼 판매량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현대차는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로 인한 피해가 회사는 물론 지역 및 국가경제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더 이상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데 대해 노사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며 "신형 그랜저 출시 등을 통해 위기 상황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조합원 보고대회를 열고 올해 임금교섭 진행상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노동조합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