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커피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커피의 폭발적 수요 속에 한때 호황을 누리던 커피전문점들이 편의점의 PB커피 공세에 위기를 맞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을 필두로 국내 주요 편의점 커피가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편의점 내 숍인숍 형태로 자리잡은 '세븐카페'는 지난해 1월 처음 등장해 1년만에 1000호점을 돌파하며 몸집을 키워가고 있으며, 올해 4000여곳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경쟁 편의점들과 비교해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세븐카페의 매출은 올해 상반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306.2%) 올랐으며, 지난 3분기에는 담배를 제외한 전 카테고리에서 매출 3위에 오를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
편의점 CU도 올 겨울 '카페 겟' 상품군을 고급화 제품까지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통해 편의점 커피시장을 주다흔 세븐카페의 아성에 도전하겠다는 전략이다.
CU의 원두 커피 매출 신장률은 2014년 32%, 2015년 41.3%로 성장, 올 1~9월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63.2%나 증가하며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CU는 '카페 겟' 취급 매장을 올해 3000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GS25도 지난해 말 '카페25'를 개발했다. 특히 카페25는 1000만원대 스위스산 커피머신을 통해 1000원짜리 원두커피 PB를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편의점 위드미는 지난 3월 말 초저가 드립커피 '테이크 원'을 선보이며 공세에 나섰다. 경쟁 편의점에 비해 아직 매장규모는 적은 편이지만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편의점 커피 시장 공략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고가 커피를 주로 파는 커피전문점은 전체 시장 규모는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개별 브랜드의 성장세는 한참 더디다.
국내 커피전문점 매출(업계 추산)은 2014년 2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5000억원으로 성장했지만 올해는 4조원 정도에서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다. 커피 소비량 증가세는 주춤한 반면 매장 수는 이를 크게 웃돌며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와 등 확실한 시장지배력을 갖는 일부 커피전문점과 저가형 커피를 전문으로 파는 매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업체들은 구조조정, 매각 등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카페베네는 2008년 문을 연 후 공격적으로 가맹점을 늘리며 한때 국내 최대 토종 커피 가맹 규모를 자랑하며 '1000호점 달성' 목표를 고지에 뒀지만, 국내 900여개 매장에서 멈춘 바 있다. 카페베네는 경영난 속에 지난해 12월 말 K3 제5호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매장 수도 2014년 912개에서 지난해 850개로 줄어들었고 자금난마저 심화돼 최근 신규 대표이사를 영입하고 브랜드 로고도 전격 교체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페베네 올 상반기 매출액은 383억원으로 전년대비 33%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9억3232만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외에도 드롭탑은 지난해 말 20%가량 인력을 권고사직 형태로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주커피는 직영점 7개를 1개로 줄이며 군살빼기에 나섰고, 중저가 커피로 무섭게 성장하며 매장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디야커피 역시 점포당 매출이 소폭 감소세에 접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전문점과 비교가 안될만큼 거대한 판매망을 앞세운 편의점 커피가 맹주로 부상하고 있다"며 "가성비를 따지고, 간편한 테이크아웃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편의점 커피의 위상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