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떡하면 감사보고서 고쳐주는 '회계법인'

최근 3년 동안 4103건 정정…김해영 "보고서 제출 이후 수정 최소화해야 "

입력 : 2016-10-16 오후 2:52:47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 대우조선해양은 당초 영업이익 4711억원에 당기순이익 330억원으로 공시했던 2014년도 실적을 각각 -7429억원, -8631억원으로 지난 3월 정정했다. 2013년도 영업이익·당기순이익도 각각 4409억원, 2419억원에서 -7784억원, -6834억원으로 수정했다. 대우조선은 그 사이 잘못된 감사보고서의 내용에 근거해 2년 간 100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상태였다.
 
국내 회계법인들의 감사보고서 정정이 수시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손익과 자본변동의 중요 판단근거가 되는 감사보고서의 잦은 변경은 기업은 물론 회계법인에 대한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치기에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16일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최근 3년간 국내회계법인 감사보고서 정정횟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제출된 국내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 정정 횟수가 4103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감사보고서의 경우 정정횟수가 2014년 1145건에서 지난해 1402건으로 22% 증가했다. 올해도 9월까지의 정정횟수가 1094건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연결감사보고서 정정횟수도 2014년 131건에서 지난해 168건, 올해 9월까지 163건으로 지속 증가 중이다.
 
이같은 잦은 보고서 정정의 상당수는 회계법인들이 고객사의 입맛에 맞는 수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유무형의 압박’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내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계법인들이 분식 등의 문제를 발견해 제대로된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려 해도 의뢰업체 회계팀에서 숫자들을 이리저리 빼는 경우도 있다”며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회계결과를 발표해 의뢰업체의 치부가 드러난다면 도리어 일감이 끊기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뢰업체가 ‘갑’, 회계법인이 ‘을’의 처지에 놓여있는 구조 상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없는 구조이며, 이후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내용을 정정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회계법인에 높은 보수를 지급하는 당근을 제시하기도 한다. 더민주 박용진 의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감사계약을 맺은 회계법인과 계약한 보수액은 2013년 4억7000만원에서 2014년 5억4600만원, 지난해 8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이 과정에서 해당 회계법인은 막대한 보수를 받는 것과 동시에 일정수준 자산 이상 회사의 감사를 했다는 ‘커리어’를 쌓게 되며, 다른 회사의 회계감사도 수임하는 발판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감사보고서 정정 유형이 단순정정을 넘어, 대규모 영업손실 등 기업의 중요한 사항에 관한 경우도 상당수라는 점은 생각해볼 문제다. 지난해 9월에는 Y기업이 2014년 감사보고서 내용 중 영업손실액을 당초 209억원에서 442억원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이 경우 해당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의 손실은 불가피해진다.
 
김해영 의원은 “철저한 검증을 통해 감사보고서 제출 이후의 정정을 최소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식회계나 부실감사를 저지른 기업과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직접 또는 위탁을 통해 681건의 회계감리를 실시해 373건의 회계부정을 적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중 금융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한 건수는 9건, 액수는 16억8000만원에 머물렀다. 자본시장법에서는 분식회계에 대해 과징금 뿐만 아니라 7년 이하의 징역형도 규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을 검찰에 고발한 적은 없었다.
 
금융당국이 당초 발표했던 회계투명성 제고방안 내 ‘감사인에 대한 과징금 강화’ 방안이 규제개혁위원회의 ‘공인회계사법의 과징금 제도와 중복규제에 해당한다’는 철회권고로 빠진데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홍 의원은 “지금까지 감사인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공인회계사법이 아닌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자본시장 업무 규정’에 따라 산정돼 왔던 것”이라며 “공인회계사법의 과징금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감사인에 대한 제재 강화방안을 제외시킨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회계감독 기능을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나 영국의 재무보고위원회(FRC) 등을 참고한 독립기구를 설립해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가운데 취재진이 대기 중인 모습. 사진/뉴스1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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