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위기의 이화여대, 더 이상은 안된다

입력 : 2016-10-17 오전 7:00:00
이화여대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7월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했다. 학생들과의 협의 없이 평생교육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강행하려던 것에 대한 항의였다. 최경희 총장의 이른바 ‘불통’의 결과였다. 최 총장이 설립 계획을 철회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학생들은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을 81일째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20)씨의 부정입학 의혹까지 덮치면서 130년 전통에 먹칠을 하고 있다.
 
정씨는 2014년 9월 실시된 2015학년도 수시전형 체육특기자로 합격했다. 원서 접수 후인 같은 달 20일에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승마단체전에서 딴 금메달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입시 규정 위반이다. 당시 수시모집 요강에는 '원서접수 마감일 기준 최근 3년 이내 국제 또는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개인종목 3위 이내 입상자'만 지원 자격을 줬다. 접수마감일은 그달 16일이었다. 그 전에 입상 경력이 전무한 정씨는 아예 지원 자격이 없었던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대는 2014학년도까지 11개 종목 선수들을 체육특기생으로 뽑아왔다. 그러나 승마 선수인 정씨가 입학 서류를 낸 2015학년도에 체육특기생 종목 수가 승마 등을 포함해 23개로 대폭 늘어났다. 특히 새로 포함된 12개 종목 중에서 유일하게 입학한 신입생은 정씨 한명 이었다. 이대가 정씨를 선발하기 위해 입학 종목을 확대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정씨가 입학한 뒤에는 더 가관이다. 그는 내용 없이 사진만 잔뜩 붙인 과제를 내고도 B학점을 넘게 받았다. 이대가 실기우수자들의 최종 성적을 절대평가로 바꿔 최소 B학점 이상 주는 내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일부 교수의 정씨에 대한 제자사랑은 눈물겨울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정씨를 가리켜 “말타고 입학한 애”라는 소리가 돌았지만 학교 당국은 귀를 막았다. 오히려 “체육특기생 선발 과정은 다양한 현실을 반영해 개정된 학칙에 따라 공정하고 적법했다”며 민망한 해명을 했다.
 
이대는 130년 전통의 우리나라 대표적인 명문 사학이다. 학교 당국은 이 전통과 학생들을 지킬 의무가 있다.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진실을 위해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이대가 산다. 교육부도 더 이상 발빼지 말고 정씨를 둘러싼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그것이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윤다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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