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선태, 건태, 코다리, 황태, 백태, 먹태, 진태, 금태, 동태 등 건조 정도와 상태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국산 명태가 우리 밥상으로 다시 돌아온다.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연평균 7만톤 넘게 잡히며 국민 생선으로 이름을 높였던 명태는 수온 상승과 남획 등으로 지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 고성에서 매년 열리는 명태 축제에서도 러시아산 명태를 사용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면서 국산 명태를 밥상에서 마주할 날이 머지않았다. 양식 기술과 함께 성장을 촉진하는 사료도 함께 개발돼 자연산에 비해 성장 속도도 두 배가량 빨라졌다. 이번 기술 개발로 명태 인공종자 대량생산 길이 열리면서 '수산업의 미래산업화' 실현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편집자주]
명태는 과거 강원도 고성 등 동해안에서 주로 잡혔다. 한 때는 동해안에서 잡히는 어종의 30%를 명태가 차지하기도 했다. 값도 싸고 맛도 있어 서민들의 밥상에 쉽게 올릴 수 있는 국민생선이라는 이름도 이때 붙여졌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수온상승과 명태 새끼인 노가리 남획으로 생산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연근해에서 잡힌 명태가 1톤에도 미치지 못했고, 이후로 지금까지 연근해 생산량은 1~2톤 수준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현재 우리 밥상에 오르는 명태는 러시아나 일본을 통해 들여오는 얼린 명태(동태)가 대부분이다. 국민생선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국내산 살아있는 명태는 아쿠아리움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어종이 돼 버렸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동해안에서 사라진 명태 자원의 회복을 위해 지난 2014년부터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강릉원주대와 함께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후 프로젝트 2년 만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에 성공했다. 완전양식 기술이란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생산·부화시켜 키운 어린 명태를 어미로 키워서 다시 수정란을 생산하는 순환체계가 구축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 개발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살아있는 명태 확보가 가장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간혹 그물에 살아있는 명태가 걸려 올라온다고 해도 상처로 인해 금방 죽거나 수정란을 채취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았다. 살아있는 명태에 한 마리당 50만원의 현상금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6일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강원도 강릉시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의 원형 수조 속에서 부화 후 2년이 지난 명태들이 활발하게 헤엄치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지난해 어민에게서 유상 수집한 자연산 어미 1마리로부터 수정란 53만 립을 확보해 1세대 인공종자 생산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20㎝ 정도로 성장한 인공 1세대 명태 중 1만5000마리를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 방류하는 한편, 특별히 200여 마리를 선별해 산란이 가능한 어미(35~40cm)로 키웠다. 이중 7마리가 올해 9월18일 산란에 성공했고, 이들에게서 수정란 10만개를 얻었다. 여기에서 부화한 3만여마리가 0.7㎝ 전후로 성장해 마침내 명태 완전양식에 성공하게 됐다.
명태 인공양식 기술은 그간 일본의 명태 1세대 인공종자 생산 외에 세계적으로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개발 2년 만에 우리나라가 완전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큰 업적을 남기게 됐다. 이는 지난 6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성공한 뱀장어 완전양식 기술 개발과 더불어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번 기술 개발로 그동안 포획이 어렵고 생존율도 낮은 자연산 어미가 아닌, 명태 인공종자를 생산, 방류함으로써 앞으로 동해안 명태 자원도 회복하고 양식산 명태를 국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
이번에 완전양식 기술로 태어난 어린 명태가 산란기에 도달하는 2018년 이후부터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이르면 2020년 국내산 양식 명태가 우리 밥상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 명태의 대량 생산이 이뤄지면 수입 대체 효과 등을 통해 어업인들의 소득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산정보포털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우리나라는 해마다 22만톤 안팎의 명태를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명태 수입량은 22만7834톤, 금액으로는 4억461만5000달러 규모다. 향후 수출을 제외하고 국내 소비량만 대체된다고 해도 연간 4000억원이 넘는 수준이다.
완전양식 기술 확보와 함께 이 과정에서 성장을 돕는 사료를 개발하게 된 것도 프로젝트의 주요 성과 중 하나다.
자연 상태의 명태는 만 3년 후에 산란이 가능한 정도로 성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연구소는 이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해수 온도를 명태의 적정 수온인 10℃로 유지하는 한편, 10℃에서도 생존하는 저온성 먹이생물과 고도불포화지방산(EPA, DHA)을 강화한 고에너지 명태 전용 배합사료를 개발했다. 배합사료를 사용할 경우 명태의 성숙 기간을 부화 후 3년에서 약 1년 8개월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유해균 연구원이 지난 6일 강원 강릉시 동해수산연구소 저온 먹이생물 배양장치실에서 저온성 먹이인 식물성 플랑크톤인 로티퍼를 배양하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제 남은 것은 사업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완전양식 기술과 성장을 촉진하는 사료가 개발됐지만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려면 명태 양식에 참여하는 어민들이 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가격 경쟁력이다.
따라서 해수부는 명태 종자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시설을 확충해 명태 종자 대량 생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명태 서식환경 구명 등 생태학적 연구도 강화해 방류한 어린 명태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 나갈 방침이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내년에 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명태 종자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생산동을 구축하고 양식업자들에게 종자를 분양해 상업생산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2018년부터는 양식 생산도 가능해져 국내산 명태가 밥상에 오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