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OIT필터 쇼크 끝났지만…

고가는 스웨덴산, 저가는 중국산…“허술한 검증이 국산 경쟁력 악화시켜”

입력 : 2016-10-19 오후 5:42:18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OIT(옥타이리소시아콜론) 검출 논란에 휩싸였던 공기청정기 시장이 빠르게 제 모습을 되찾고 있다. 다만, 시장 구도를 보면 외국산의 도약과 이에 따른 국내산의 위협으로 요약된다.
 
가습기살균제에 이어 공기청정기마저 유해물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늘어난 미세먼지 등으로 판매량이 줄지 않았다. 전자랜드프라이스킹은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판매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기청정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고, 가습기는 60% 하락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황사와 미세먼지 등으로 이미 사계절 필수가전이 됐다"며 “실내 공기가 악화되는 겨울철이 가까워지면서 판매량이 더욱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지난해(6000억원)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표면적으로는 시장이 정상화됐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큰 변화가 감지된다. 프리미엄에서는 유럽산에 밀리고 중저가에서는 중국산에 위협 받으면서 스마트폰과 TV시장의 판박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공기청정기 제조사별 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50.2%로 1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제품별 순위에서는 중국의 샤오미 미에어2가 지난 8월 기준 2위까지 치고 올라섰다. 샤오미의 가격경쟁력은 공기청정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전자제품 판매점에 스웨덴 공기청정기 블루에어가 전시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반면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는 스웨덴의 블루에어가 주목된다. 19일 기자가 서울 강남에 위치한 전자제품 판매점들을 둘러본 결과, 찾은 매장들 모두 고객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블루에어 제품들을 배치해 놓고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블루에어는 가격이 국산보다 2~3배 비싼 편이지만 가장 잘 팔리고 있다”면서 “성능도 뛰어나고 국내보다 깐깐한 유럽 인증을 받아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다”고 말했다. 블루에어 관계자도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배가량 늘었고, 올해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허술한 검증체계와 미흡한 대처능력이 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환경부는 OIT가 포함된 공기청정기 51종과 에어컨 33종을 공개하고 회수 명령을 내렸다가 일주일 만에 “환기를 시킬 수 있는 사용 환경에서는 위해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게다가,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달 말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OIT 항균필터 회수 현황’에 따르면 OIT 함유 항균필터 260만2858개 중 회수량은 9월 기준 73만8402개에 그쳤다. 회수율은 28.3%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10년 전부터 강력한 화학물질 수출입규제를 시행하는 등 안전성 검증이 까다롭다”며 “국내 기관의 허술한 검증이 오히려 국산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리고, 글로벌 경쟁력도 약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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