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헤어진 동거남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에 대해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살인·사체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3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0년과 노끈 1개, 연필깎이 칼 1개 등 압수물 몰수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5월4일 울산 북구에 있는 A씨의 집에 들어가 술에 취해 잠이 들어있던 A씨의 목을 노끈으로 졸라 질식으로 사망하게 하고,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연필깎이 칼을 이용해 A씨의 양쪽 손목을 수차례 그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앞서 이씨는 그해 1월부터 초등학교 동창인 A씨의 아들 B씨와 동거를 하다가 지난해 4월 B씨와의 사이에 생긴 아이를 낙태한 후 헤어졌고, 이 과정에서 A씨에게 "니가 몸뚱아리를 잘못 굴리는 바람에 아들이 참 힘들다"란 말을 들었다.
이씨는 B씨와 헤어지고 난 후에도 B씨를 만나기 위해 계속해서 집에 찾아갔는데도 주거침입으로 고소하겠다고 하고, B씨의 부모님도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씨는 지난 2014년 8월28일 C씨에 대한 허위 사실이 기재된 문건을 C씨가 근무하는 회사 사무실 팩스로 전송해 회사 직원이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도 받았다.
이와 함께 같은 해 7월31일 D사에 신규직원으로 입사하면서 근로계약서 1장을 변조하고, 이후 9월24일 담당 지방고용청에 근로계약 위반 등 사유로 신고하면서 이 근로계약서를 제출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0년과 함께 노끈 1개, 연필깎이 칼 1개, 일회용 비닐장갑 1개, 노끈 두루마리 1개를 몰수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획적으로 노끈, 칼 등을 준비해 시아버지가 될 수도 있었던 A씨를 살해하고, 그것을 모면하기 위해 사체를 손괴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말을 바꿔가면서 자신의 죄책을 회피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근로계약서를 변조하고, 이를 이용해 근로계약 위반 등을 주장하면서 노동청에 위 회사를 고발한 점,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 C씨의 명예를 훼손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는 이씨의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면소 판결하면서 원심을 파기했지만, 징역 30년과 압수물 몰수 등을 선고한 1심을 판결을 유지했다.
이씨는 C씨와 같은 내용으로 E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지난해 5월21일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됐고, 재판부는 두 명의 명예를 동시에 훼손했으므로 E씨에 대한 명예훼손죄와 C씨에 대한 명예훼손죄는 서로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이씨의 연령·성행·환경, A씨와의 관계,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살펴보면 제1심이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원심이 이를 그대로 유지한 데에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