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고개숙인 신동빈의 마지막 기회

입력 : 2016-10-25 오후 5:14:37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갑작스런 대국민사과와 경영혁신안 발표였다. 사실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현장을 나서는 기자들은 "오늘의 야마(기사의 주제를 일컫는 비속어)는 '롯데의 착한기업 변신선언' 정도 뿐"이라는 이야기를 농담삼아 주고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첫 재판을 20여일 앞둔 25일 주요 임원과 23개 계열사 대표이사들과 함께 롯데호텔에 나타나 '대국민사과'를 건넨 뒤 안경을 끼고 회사의 경영혁신안 원고를 읽었다. A4용지 3장 분량의 원고를 모두 읽은 신 회장은 다시한번 국민이 바라보는 카메라 앞에 고개를 90도로 숙여 인사한 뒤 퇴장했다.
 
친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같은 장소에서 고개를 숙인지 14개월만에 다시 기자들 앞에 나타난 신동빈 회장은 이미 지난해 약속했던 지배구조 개혁안 등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다시한번 밝혔다. 그나마 새로운 내용이라면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것과 40조원 투자, 7만명 고용과 1만명 정규직 전환 계획 정도다.
 
사실 검찰조사와 경영권 분쟁 등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롯데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롯데는 일본기업인가'라는 질문에 이미 신 회장은 "한국기업"이라고 답했지만 국민들은 아직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롯데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일본기업 롯데'를 향한 불만은 끊임없이 표출되고 있다. '짠돌이 기업', '직원 혹사시키는 기업'이라는 오명도 늘 뒤따른다.
 
신 회장이 직접 대중 앞에 나서서 국민들에게 약속을 맹세한 데에는 이 같은 이미지를 모두 걷어내고 '착한기업' 롯데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 믿고 싶다.
 
롯데는 이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산업 생태계 내 갈등을 초래했다"며 그동안의 과오를 인정했다. 또 매출 200조원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목표를 접고, 사회공헌과 동반성장을 중심으로 질적성장을 펼쳐 내·외부의 평판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롯데 정책본부는 이 부분에 가장 중요한 비중을 뒀다고 강조했다.
 
아직 과제는 산적하다.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고, 검찰과의 법정대결은 이제 시작이다. 연매출 6000억원 규모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영업 여부를 결정짓는 신규특허 입찰도 남아있다.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미지를 쇄신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겠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삼세번'은 없다. 롯데는 국민들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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