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도이치은행 주가연계증권(ELS) 시세조종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임성근)는 28일 투자자 26명이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낸 상환원리금 등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도이치은행은 원고들에게 18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도이치은행은 주식 가격을 낮출 의도로 가격 또는 예상체결가의 추이를 살피면서 주식매도행위를 했다”면서 “단지 델타헤지라는 이유만으로 이 같은 시세조종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주식 처분의 시기와 방법이 정당하지 않아 자본시장법에 위반하는 이상 델타헤지의 일환이라는 점만으로 책임이 제한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델타헤지는 ELS를 판매한 증권사가 직접 기초자산을 보유해 위험을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만기상환조건이 충족될 경우 받기로 약정된 투자원금의 128.6%와 이미 지급받은 투자원금의 74.9%의 차액을 손해로 인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07년 8월 파생결합증권의 하나인 ‘한국투자증권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 289회’를 발행했다.
도이치은행은 2009년 8월26일 오전 9시29분 8000여주 매도를 시작으로 10차례 이상에 걸쳐 이날 총 24만여주를 팔아치웠다. 특히 매도는 장 마감을 1시간가량 앞두고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주식매도는 예상체결가가 5만4800원으로 이 사건 ELS의 상환조건 기준가인 5만4740원을 근소하게 넘어선 시점에 이뤄졌다. 오후 2시55분쯤 9만6000주를 매도해 예상체결가가 5만3600원으로 하락했고, 3분여 뒤 3만2000주를 매도해 예상체결가는 5만4500원이 됐다.
이 사건 기준일에 최종 종가는 상환조건 기준가인 5만4740원에 못 미치는 5만4700원으로 결정됐고, ELS의 만기상환조건 충족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도이치은행은 한국투자증권에 수익 만기상환조건이 충족됐을 때 지급했어야 할 113여원보다 적은 66억여원만 지급했다.
김모씨 등 투자자 26명은 도이치은행이 ELS의 만기상환조건 충족을 무산시키기 위해 일시에 주식을 매도한 행위가 시세조종행위 또는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며 지난 2010년 3월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도이치은행의 주식매도행위를 시세조종행위라고 판단한 반면 2심은 정당한 델타헤지로 보고 도이치은행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 3월 대법원은 다시 1심과 같이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이우찬 기자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