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내년에도 '비상경영'…최순실 정국에 불확실성 증대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돌입…한화 스타트, 삼성·현대차·SK도 한파 예고

입력 : 2016-10-31 오후 4:23:59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재계가 계속되는 불황과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수년째 사실상의 비상경영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역시 보수적 관점에서 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포문은 한화가 열었다. 통상 12월에 진행하던 사장단 인사를 두 달 앞당겨 10월에 조기 단행했다. 목적은 조속한 경영계획 수립이었다. 11월에는 LG, GS 등이 올해 업무보고와 내년도 전략 수립에 나선다. 삼성과 현대차를 포함한 대부분의 그룹사들 역시 연내 경영계획 수립을 마친다는 목표다.
 
삼성은 12월 초 사장단 및 임원인사 직후 새로운 임원진 중심으로 최고경영자 세미나를 실시한다. 갤럭시노트7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면서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시장 신뢰가 추락한 만큼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울인다. 신상필벌 원칙 하에 대규모 인사와 조직개편도 예상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3세 경영이 본격화된 만큼 이재용호의 색깔을 드러낼 친정체제 구축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는 현재 계열사별로 올해 업무보고와 내년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계열사별 전략회의 후 12월 말 임원인사가 예정돼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줄고 영업이익률이 5년 연속 하락하면서 계열사 임원 1000여명이 이달부터 급여를 10%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대내외 경기침체와 더불어 경쟁 심화, 노조 파업 등 악재들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추가적인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SK는 12월 임원진 인사를 단행한 뒤 오는 1월에 전략회의를 실시한다. 연내 반기사업보고와 연간 평가보고를 통해 큰 틀은 짜놓는다. 최근 최태원 회장이 비상경영상황실인 워룸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한 만큼 비상경영을 위한 제언이 나올지가 관건이다. 동시에 제 기능을 못한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김창근 의장 등 수뇌부에 대한 인사가 뒤따를 수 있다.
 
LG는 11월 한 달 동안 각 사별 주요 사장단과 사업본부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업적보고회의를 갖는다. 올해 예상실적과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연례적인 회의지만, 올해에는 구본준 신성장사업추진단장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새판 짜기가 진행될 수 있다.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LG전자 MC사업본부에 대한 질책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화는 주요 그룹사 가운데 가장 먼저 사장단 인사와 조직문화 혁신안을 발표했다. 조속한 경영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예년보다 2달 앞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새로운 사장단이 업무를 파악하고 내부를 추스린 후, 기존대로 12월 임원 인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새로운 사장단이 임원 인사와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파격적인 대안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생산량, 판매량 계획이 중요한 만큼 연말에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GS와 롯데 역시 11월부터 계열사별로 전략회의를 진행하고, 12월 중에 임원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롯데는 최근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 등 갖은 고초를 치른 만큼 성장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신동빈 회장의 친정체제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 개편에도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주요 그룹들은 올해보다 내년 경영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수출과 내수 모두 극도로 침체된 가운데 중국의 경착륙, 미국 금리인상, 보호무역 강화 등 외부 여건이 좋지 않다. 미 대선 등 글로벌 정세도 한바탕 요동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환율과 유가 등 주요 변수들도 챙겨야 한다.
 
우선 수출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다, 지난 8월 겨우 반등했지만 9월 전달보다 5.9% 하락한 409억달러를 기록하며 또 다시 주저앉았다. 무엇보다 전자와 자동차 등 수출을 주도하던 전차군단이 몰락하면서 제 길을 잃었다. 매출 상위 30대 기업 절반이 올 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할 정도로 부진이 깊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등 비상경영으로 수익성을 유지했다지만 매출은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도 계속됐다. 
 
영업이익도 정체 내지 역성장했다. 재벌닷컴이 상위 30대 기업의 1~3분기 누계 실적을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20조원대에 그쳤다. 현대차 역시 13.8% 하락한 4조원대에 머물렀다. 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각각 74%, 60% 급감해 위기감을 드러냈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전자와 자동차산업이 크게 주춤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 현대차는 노조 파업 등으로 수난을 겪었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등의 악재도 겹쳤다. 설상가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 관계자들을 소환해 수사에 나서면서 재계의 긴장감도 극도로 높아졌다. 이들은 억울함을 내세우며 피해자임을 자처하지만, 부역 또한 공범이라는 본질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사들의 사장단 인사, 임원인사, 경영전략회의가 연이어 진행되는 것은 매년 연말마다 이뤄지는 연례 행사"라면서도 "시나리오별로 챙겨야 할 위기 현안들이 많아 그룹사마다 인사와 계획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급박한 기업들은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비상체제를 서두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요 그룹사별 임원인사 및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일정 자료.(자료=뉴스토마토)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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