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한나·이은경 기자]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서도 경기 회복후를 대비하는 이른바 출구전략(금리인상 등 경기확장조치 해제)시기를 놓고는 혼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중론이 대다수이지만 조기에 경기확장 정책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그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어떻게 전개될 지 쉽게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회복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불확실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 "내년 경기, 장밋빛까지는 아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5%로 내놓은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4%, 국제통화기금(IMF)는 4.2%를 내놓았고 삼성경제연구소는 4.3%로, 현대경제연구원은 4.0%로 전망했다.
KDI가 전망치를 1.3%포인트 상향한 것을 필두로 정부를 비롯한 여타 전망기관들도 내
년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두바이발 악재가 터지면서 상향 조정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우 지난해 10월 내놓은 내년 전망치 4%에서 수정해 다른 전망치를 내놓을 계획이 없다"며 "전망치를 상향하려면 플러스 요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리려고 했던 성장률 예상치를 그대로 둔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가지 변수가 있다는
것.
한국금융연구원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지 않고 지난 발표치 그대로 간다는 입
장이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0월말에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했을 때 당시 국
제유가가 80달러로 예상외로 올라가고 환율도 하락세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이번
두바이 사태와 관련해 수정전망치를 따로 내놓지는 않고 이전 예상치 4.4%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내년 전망치 4.3%에 대해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을 전제로 했다고 밝혔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금융경제는 여러 위험요인이 있다
고 본다"며 "또 세계적으로 금리인상을 시행할 시 성장률 약화요인이 있어 세계경제 성
장이 둔화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 복병은 어디에..
현재 두바이월드 채무상환유예 사건이 터진 후로 세계는 다시금 눈을 비비고 숨어있는 악재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 중.
리먼 브러더스 사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비롯된 사
건이니만큼, 부동산 시장 자산 거품 상황에 대해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
지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의 경우 주택시장 재고가 소진되고 있지만 지난 2007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상업용 주택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제신용평가 기관 무디스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CPPI)는 지난 2006년 최고치 대비 41%나 폭락한 상태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 부동산 시장도 부실 우려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파장이 번질 가능성도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 등 주요도시의 1급 상업용 부동산 투자 수익
률은 연초 6.8%에서 5.5%로 떨어졌다. 공실률도 증가추세로 비어있는 건물이 부지기
수여서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우려된다.
여기에 우리의 경우 유가와 환율은 큰 악재로 다가올 수 있다.
KDI는 내년 유가가 평균 배럴당 8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세계경제 상황이
나아지면서 벌써 80달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기 회복기조가 계속되면 수요 증
대로 내년 80달러 이상 갈 가능성이 높다.
고환율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가와 환율, 두가지 비용측면 부담이 늘어날 것
이란 예측이 많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고환율·고금리·고유가 등 3고(高) 현상에 대한 분석을 담은 보
고서를 내놓고 "올해 3월 이후 시작된 3고 현상은 내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며 "유가와 금리는 과거 수준을 이미 상회하고 있어 원가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발(發) 국내금융 불안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가계부채는 올해 6월말
기준 697조7000억원으로 700조원에 근접한 상황. 내년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화된다면 가계부실과 이에 따른 금융불안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계소득 여력
이 크게 약해지면 소비 동력도 꺼질 가능성이 높다.
◇ 불확실성의 시기..정부 대응 신중해야
이렇듯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 "불확실하다"는 분위기가 널리 퍼지면서 내년 초쯤 시작
될 것으로 예상되던 출구전략 시기를 잡기 불분명해졌다.
현재 금리인상으로 대표되는 출구전략에 대한 입장은 기관별 입장 차가 있는 상태.
KDI의 경우 내년 성장률을 발표하면서 금리인상으로 대표되는 출구전략을 시행해야 한
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출구전략 시행은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김현욱 KDI 연구위원은 "지금 금리수준은 상당히 낮다"며 "점진적으로 올린다 하더라도
정책기조는 과거에 비해 확장적"이라고 말했다.
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그러나 "KDI가 1분기에 금리인상해야 한다고 봤는데 이례적으로 밝은 경제전망을 냈긴 했지만 정부는 조금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아직 민간부문과 연결되는 고리도 약하고 살아나는 기미가 보이긴 하나 아직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민간연구기관별 입장도 다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출구전략과 관련해 우선 금리 인상은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며 "최소 2~3월에는 두바이 사태 등 간접적인 불확실성이 걷힌 상태일 것이어서 상반기쯤 0.5%포인트까지 올려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내년 하반기쯤 세계경기가 본격 회복이
되면서 안정을 되찾고 국내경기도 수출기업 중심으로 고용, 소비 등 회복세 보여 준
다면 그 때가서 금리 정책을 써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전망이 헷갈리는 불확실성의 시기일수록 정부 신중한 정책대응이 요구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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