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제일약품(002620) 오너 3세 한상철 부사장(41)이 경영능력을 평가받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분사된 제일헬스사이언스의 초대 대표에 선임돼 일반의약품 사업을 진두지휘한다. 일반의약품 성과에 따라 경영권 승계와 후계자 지배력 강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지난 1일자로 일반의약품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제일헬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5억원이다.
한상철 부사장은 창업주 고 한원석 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69)의 장남이다. 한 부사장은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영학석사(MBA)학위를 받은 뒤 2004년 제일약품에 입사했다. 제일약품에서 마케팅과 경영기획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전문경영인 성석제 대표이사 사장(56)이 한상철 부사장의 경영 수업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성석제 사장은 13년 간 제일약품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제약업계 장수 CEO다. 한승수 회장은 2011년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이후 성석제 대표이사 단독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성 사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업계에선 성 사장이 내년에도 3년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에나 한상철 부사장의 경영 승계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지난 6월 기준 제일약품 지분율은 한승수 회장이 27.31%, 한상철 부사장이 4.66%다. 향후 지분승계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헬스사이언스는 한상철 부사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사업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제일약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5947억원이다. 의약품 시장조사업체인 IMS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의약품 실적은 120억원이다. 일반의약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소염진통 파스 '케펜텍'과 '제일쿨파프'가 각각 43억원, 20억원으로 주력 제품이다. 비타민 '투엑스비'와 소염진통 파스 '제일한방파프수에스카타플라스마'가 나란히 7억원을 기록했다. 나머지 제품은 5억원 미만이다. 제일약품이 허가를 받은 일반의약품 개수는 총 86개다.
일반의약품은 소비자의 지명구매도가 높기 때문에 인지도 확대가 성패를 가른다. 장기간 대대적인 광고와 홍보가 필수적이다. 제일헬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친숙한 글로벌 제약사의 유명 일반의약품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인력 이동도 관심사다. 제일약품의 전체 직원은 1000여명이며, 이중 영업사원은 500여명에 달한다. 일반의약품을 담당하는 100여명의 영업사원이 제일헬스사이언스로 이동하게 된다. 식약처에 의약품 판매업으로 등록도 진행해야 한다. 86개 일반의약품도 허가를 제일약품에서 제일헬스사이언스로 이관해야 한다. 신규법인을 설립했지만 내년 초에나 사업이 본격화된다는 의미다.
제일약품에 능통한 관계자는 "한상철 부사장이 제일약품 경영권을 승계받기 전에 단독으로 회사를 운영해 보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경영 승계를 위한 절차로 볼 수 있다. 제일헬스사이언스를 대표로서 경영을 총괄하되 기존처럼 제일약품 경영도 겸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