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서 '한방' 맞은 대기업 면세점

높은 임대료 영향 적자 지속…중소·중견기업은 흑자 행진

입력 : 2016-11-03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지난해 제3기 사업자가 선정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중 대기업의 성적이 하나같이 적자를 기록하며 유독 부진한 실적을 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은 흑자를 올리며 비교적 선전한 성적표를 받았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039130)의 자회사 SM면세점 인천공항점은 개점 1년만에 110만명의 구매객이 몰리며 연간 목표매출 900억원을 달성했다. 이밖에도 씨티플러스와 삼익, 엔타스듀티프리도 각각 700억~4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며 흑자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 중소·중견기업에게 대기업의 약 60% 수준인 낮은 임대료로 비교적 '목 좋은' 위치에 점포를 제공한데다, 공항 출국객이 예년보다 증가했다는 점이 이들의 흑자행진을 이끌었다.
 
또 시내면세점과 달리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지불하는 '송객수수료'가 없다는 공항면세점의 특성상 중소·중견기업이 수혜를 입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별도의 비용 없이도 대기업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008770), 신세계(004170) 등 대기업 면세점은 출국객 증가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년동안 대기업 3곳은 최소 100억원 이상 많게는 6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대기업 면세점들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고객들에게 최대 50% 할인 혜택의 '게릴라 쿠폰'을 뿌리는 등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펼치며 조단위 매출을 올리고는 있지만 영업이익에 도움을 주진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발목을 붙잡는 것은 바로 높은 임대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새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의 경우 4개 점포가 낙찰된 롯데면세점은 5059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며, 호텔신라(3곳·2688억원)와 신세계(1곳·837억원)도 그에 못지 않은 높은 임대료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입찰 당시 대기업 면세점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면세구역 임대료가 무려 70% 이상 뛰었다"며 "이들의 적자행진은 결국 자업자득인 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항면세점 전반적인 매출 감소세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인천공항에 면세점을 운영 중인 대기업들은 모두 시내면세점과 인터넷면세점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데, 고객들이 이미 각종 할인과 적립금 정책으로 시내점과 온라인으로 면세쇼핑을 마치고 공항을 찾기 때문에 출국심사 후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줄었다는 점이다.
 
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공항면세점은 시내점과 상호 상충되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 출국 예정 내국인과 외국인 등 면세점 이용 고객은 정해져있는데, 최근 고객들이 시내면세점과 인터넷면세점에서 이미 대부분의 쇼핑을 마치기 때문에 공항면세점의 실적이 좋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 동편출국장 12·24번 게이트 인근에 위치한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인 SM면세점 인천공항점의 모습. (사진제공=하나투어)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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