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정부가 실수요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관리하겠다며 내놓은 대책은 시장의 예상보다 강력했다. 특히 주요 관심사였던 전매제한이 사실상 입주전 금지 형태로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와 과천 등 지역에 적용되면서 시장에는 규제에 대한 기대감과 당혹감이 교차했다.
3일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서울과 경기·부산 일부지역, 세종시 등에 맞춤형 청약제도 조정과 과도한 투자수요 관리를 선별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전매제한 강화 및 청약 1순위·재당첨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뿐만 아니라 단기 투자수요의 과도한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중도금 대출보증요건 강화(계약금 5%→10%), 2순위도 청약통장 필요, 1순위 청약일정 분리 등도 포함됐다.
이번 대책은 지난 8월 25일 발표된 가계부채대책방안이 공급제한 정도에 그치면서 부동산 시장 조절자 역할을 하기 보다 오히려 열기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것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소유권 이전 등기 전 거래가 가능한 지역도 최소 1년 6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분양권 거래가 금지되는 만큼 일정 부분 분양 시장 제동을 우려하면서도 전반적으로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전매제한기간이 기존 6개월에서 소유권이전등기 까지 대폭 늘어난 강남권은 찬물을 맞았다는 반응이다.
강남구 개포부동산 채은희 대표는 "매수자들이 이번 대책이 나온 이후에 계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관망해왔는데 발표 이후 가격 하락 불안감이 커진 만큼 문의가 끊긴 상황"이라며 "분양권 거래가 안될 경우 조합원들 물량으로만 움직이면서 가격이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전매 금지에 묶인 과천 주공4단지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과천이 재건축 물량을 중심으로 과열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더한 부산은 빠지고 과천만 들어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부산이나 제주 같은 과열지역이 이번 전매제한 조치에서 제외된 것은 현행 주택법상 정부가 수도권 외 민영주택에 대한 분양권 전매제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남 4개구와 과천시는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시까지로 변경되며 사실상 전매가 금지됐다.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 내 아파트 건축현장 전경. 사진/뉴시스
전매제한기간이 1년 연장된 지역들은 시장 위축을 염려하면서도 그간의 과열은 진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서울 강북권 최고 청약경쟁률 아파트를 배출한 성북구 장위뉴타운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그동안 ‘묻지마 투자’식의 청약 수요가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의 장애물이 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발표로 청약경쟁률 허수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역시 시장 위축을 우려하기에는 현재의 시장이 너무 과열됐다는 입장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번 대책으로 최근 과열됐던 시장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긴 하겠지만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거나 가격이 급락하는 정도의 위축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저금리 상태에서 부동산을 제외하고 시중 자금이 갈 곳이 여전히 부족한 만큼 돈이 흘러갈 수 있는 부분들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