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하야 당론' 놓고 뜸들이는 야권

개별의원들은 하야촉구 이어져…민주당, 오늘 의총 통해 결론낼 듯

입력 : 2016-11-03 오후 5:09:38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문제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해왔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내 기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하야를 촉구하는 개별 의원들의 성명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이상민·안민석·홍익표·한정애·소병훈·금태섭 의원은 3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빨리 퇴진하라"며 하야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박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 갈 리더쉽은 이미 붕괴되어 산산조각 났고, 복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잔여 임기에 집착하고 퇴진하지 않을 경우 그 기간은 물론 이후까지 엄청난 국가적 재앙이 초래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발언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어제 김병준 국민대 교수의 국무총리 내정에 이어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의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도 야당과 상의 없이 이뤄진데 대한 격앙된 반응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방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한 위원장의 비서실장 인선을 청와대 발표 전에 알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귀띔도 받지 못했다"며 "매번 야권 인물을 뽑아다가 세워놓고 통합인사처럼 하는 코스프레"라고 혹평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대통령 하야요구를 할지 여부를 놓고 지난달 31일부터 매일 의원총회를 열며 숙고를 계속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는 의원 대다수가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야 요구를 했을 경우 대안 제시 측면에서도 책임 있는 야당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고민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민병두 의원은 새누리당 내 친박(박근혜)계를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통해 6개월 시한 거국내각을 구성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안정적인 정권이양과 정치일정 관리를 위해 거국내각을 구성한 다음 대통령 사임, 대선 순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내일쯤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당의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대통령에 대한 즉시 하야요구가 아닌 민 의원이 제안한 '단계별 요구' 방식으로 입장이 정리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우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상황파악을 잘 못한채 오기와 독선이 계속된다면 성난 민심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당의 이름으로 경고한다"고 날을 세웠다. 사태 수습을 위해 박 위원장은 대통령 스스로 검찰수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힐 것과 새누리당 탈당 후 야3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통한 거국내각총리 협의 등을 요구했다.
 
국민의당 소속 이용주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이제 결단을 내리시라. 최고권력의 옷을 벗고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 국면 초기부터 대통령 하야를 주장해온 정의당은 이날도 "야당도 국민들과 함께 스크럼을 짜고 나서야 한다. 정치가 할 일은 국민의 정당한 하야 요구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하야 이후 수습방안에 대해 책임지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심상정 상임대표)이라는 말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입장변화를 촉구했다. 이정미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하야촉구 결의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권 차기 대권주자들의 입장표명도 이어졌다. 전날 박 대통령을 ‘당신’이라 지칭하며 자리에서 즉각 물러날 것을 요구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도 국회 본회의 자유발언을 통해 “마지막으로 간절히 호소한다. 국민이 대통령을 완전히 버리기 전에 모든 권력과 권한을 내려놓으라”고 재차 촉구했다.
 
한편 리얼미터가 지난 2일 실시한 '비선실세 국정개입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방식'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 ‘하야 또는 탄핵해야 한다’는 응답이 55.3%로 나타났다. 뒤이어 ‘여야 합의 거국내각 구성’이 20.2%, ‘김병준 총리내정자를 중심으로 국정정상화’ 15.5% 등의 순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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