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대통령, 나라 사랑한다면 물러나라"

시국선언 "박근혜 정부 국민의 삶 너무나 참담"

입력 : 2016-11-03 오후 3:45:03
[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광화문 광장에 나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복동(91) 할머니는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면서 "죄를 지은 사람들은 죄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물러나야 이 나라가 조용해진다"고 덧붙였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0)·길원옥(88)·안점순(88) 할머니는 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이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의 삶은 너무나 참담했다"며 "대한민국은 하루하루 후퇴의 역사를 써왔고, 민주주의와 인권, 생명, 평화의 가치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15년 12월28일 한일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사과와 우리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여성 대통령으로 책임은커녕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과거의 슬픈 역사를 팔아먹은 것"이라며 "우리는 100억원이 아니라 1000억원을 줘도 안 받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최근 드러난 국정농단과 관련해서도 김 할머니는 "일부 권력이 국민을 전부 속이고 희롱했는데, 어떻게 정부가 모를 수 있느냐"며 "국민 없이는 나라도 대통령도 그 무엇도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은 "민간인 최순실이 전화 몇 통으로 수백억 원을 모으고, 사리사욕을 채웠다"며 "그 사이 정부는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오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도 듣지 않은 체, 밀실야합으로 이뤄진 합의금을 제시해 가슴에 피멍이 들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합의는 전면 무효화돼야 한다"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대통령은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손미희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이토록 무능하고 잔인한 정부가 있을 수 있냐"며 "박 대통령은 굴욕 합의로 명예와 인권을 위해 싸워온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무너트렸다"고 말했다.
 
또 "물은 100도씨에서 끄는데, 모든 국민들이 들끓기 까지 앞으로 1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시국선언에서는 정대협과 피해자 할머니뿐만 아니라 국내외 위안부 연구자와 활동가, 시민 566명 이름으로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이들은 지난해 12·28일 위안부 합의안 폐기와 위안부 피해자 지원, 일본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진행된 시국선언에서 참석한 김복동(91)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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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