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호석기자] 현대차그룹이 경총 탈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의 실시 여부에 대한 갈등이 주원인이다.
복수노조 도입은 사측에, 임금지급 금지는 노측에 불리한 내용으로 그간 이 두 조항은 노사간에 서로 밀고 당기는 격렬한 논란의 핵심이었다.
현대차그룹은 "노사관계 안정과 선진화에 기여해야 할 경총이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강성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회사로서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보다 온건한 노조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현재의 강성그룹과 경쟁을 하게 되는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중단하게 되면 이 역시 노조의 강경노선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차그룹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의 원안실시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극히 이례적으로 여당을 압박하는 성명까지 냈다.
두산, SK, LG, 포스코, 한진 등 주요 그룹사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원안실시를 지지하는 쪽이며, 대체적으로 현대차 입장에 선 그룹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표적인 무노조기업인 삼성은 복수노조 허용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삼성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결국 강성노조가 생겨날 가능성이 커 무노조경영 전통이 깨질수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은 현대차그룹의 경총탈퇴 선언이 있기 전인 지난 2일 재계의 전반적 분위기는 복수노조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OECD 국가중 노사문화가 가장 전투적인 곳이 한국"이라면서 "노사간 대화와 타협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간 세력경쟁이 나오고 사업장 분위기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세계적 추세로 그간엔 임시방편식으로 제도실시를 유예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이 미루어져 왔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유예될 가능성이 커지자 현대차가 총대를 메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현대차의 입장이 관철된다면 이번에는 삼성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제도실시의 시기와 내용이 어떻게 결정이 나더라도 재계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 이호석 기자 aris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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