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수동 벽화마을의 손상된 작품들. 사진/바람아시아
경기도 수원시 북수동에 위치한 벽화마을. ‘대안공간 눈’으로도 대표되는 이 골목길은 아름다운 벽화가 가득한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자발적 지역발전 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써, 2011년에는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 표창’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특색 있고 유쾌한 벽화가 가득했던 골목이 온통 흉측한 빨간 페인트로 뒤덮였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500여명의 국내·외 작가와 마을주민이 함께 그려왔던 벽화가 하루 만에 훼손되었다. 망가진 벽화 중에는 시가 수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도 존재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 저녁, 어둑해진 골목길의 훼손된 벽화는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관광명소에서 수십 년 전 슬럼가의 모습으로 한순간에 되돌아가버린 벽화마을, 그 원인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지난 달 30일, 수원시는 벽화마을 내에서도 오래된 주택 10채를 문화시설로 지정·보존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마을의 특색을 이용하여, 관광객을 위한 한옥 체험 마을을 구성하기 위함이었다. 사실상 이러한 정책은 이미 예상된 바였다. 최근 들어 개발업자들이 마을에 관여하게 되며, 건물을 매입하고 신축하는 과정을 통해 벽화가 훼손되고 사라져갔기 때문이다.
라켈 셈브라, 금보 여인숙 물고기(2010). 사진/바람아시아
사라진 벽화가운데에는 얼마 전 출산과정 중 타개한 브라질 작가 라켈 셈브라의 ‘금보 여인숙 물고기’도 포함되었다. 수원시는 다급해지기 시작했고, 마을을 규제하겠다며 나섰다. 그러나 불씨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타올랐다. 수원시의 방침에 반발한 마을 주민들이 앞장서서, 자발적으로 담벼락의 벽화를 훼손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책은 성급했다. 마을의 조성 배경을 이해하지 못했고, 관광객 유치에 급급한 나머지 졸속 행정을 펼쳤다. 애초부터 북수동 벽화마을은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시작한 사업이 아니었다. 주민과 시민단체, 화가 등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황폐해진 마을을 복구하고자 나선 것이 현재의 벽화마을이 탄생한 배경이다. 국·내외의 많은 작가들은 마을의 자생과정에 감동 받았고, 너나 할 것 없이 나서서 벽화마을 조성에 동참했다. 그 결과 스러져가던 마을은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관광 명소로 재탄생 하게 되었다.
그러나 마을의 재생 과정에는 어두운 면 역시 존재했다. 마을이 활성화 되며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40년이 넘도록 노후 된 주택에 거주하던 원주민들은 신축과 증축을 원했다.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조금씩 개발업자들이 마을에 관여하게 되었고, 희소가치가 충분했던 벽화들은 사라지게 되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관광객들과 삶의 터전을 침해하는 성숙하지 못한 관람문화 역시 주민들의 원성을 높아지게 만든 요인이었다.
내재된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가던 무렵, 수원시의 정책은 도화선에 불을 붙인 꼴이 되었다. ‘한옥 체험 마을 사업’이 시행되면 현존하는 노후 된 주택들은 문화시설로 지정·보존되기 마련이다. 개발행위가 금지되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조금씩 커져가던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 결과 주민들의 집단반발이 결국 벽화 훼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조금만 더 신중을 기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기에, 이번 사건은 가슴 아픈 일로서 기억에 남게 되었다.
1년간 벽화마을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공병호(25, 대학생)씨는, “거주민들의 불만을 사전에 조사하고, 주민과 관광객, 지자체의 공감대를 섬세하게 어루만져 주었더라면 충분히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날 북수동 벽화마을을 찾은 관광객 김도애(27. 직장인)씨 역시 “벽화마을을 보기 위해 먼 길을 찾아왔는데, 헛걸음을 하게 되어 가슴이 아프다. 겉보기에 아름다웠던 마을에, 숨어있는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북수동 벽화마을은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문화시설 지정을 반대하는 측은 “명백히 주민들의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대의 뜻을 명확히 내비추었다. 그러나 문화시설 지정을 찬성하는 주민들 역시 “특색 있는 골목길의 훼손을 막으려면, 문화시설 지정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일부 주민들이 건축업자들의 농간에 휘말리고 있음을 우려했다.
한편 수원시는 최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며, 청취가 끝나는 대로 도시 계획 위원위에 상정하여 감정평가를 통한 보상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수동 문화시설 지정이 확정되면, 오는 2017~2018년까지 보상을 완료 지을 것이며 2019년 수원화성과 행궁 및 주변 관광자원을 연결하는 중간 거점화, 한옥형 숙박시설 조성사업 진행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문화사업 추진은 관광객들의 체류를 유도하여, 체류기간을 늘리고 상권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북수동 벽화마을은 산통을 겪고 있다. 구도심이 개발됨에 따라 자연스레 수반될 많은 부작용들을 우리사회는 이미 수차례 겪었다. 거주지와 관광지. 이해관계 갈등의 기로에 선 수원시와 마을 주민들의 현명한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