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정경유착 의혹으로 번진 ‘최순실 게이트’로 재벌개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친기업정책이 눈총을 받으며 규제강화법이 힘을 얻게 됐다. 반면 경제살리기 차원으로 도입된 규제완화법은 재검증 도마위에 올랐다.
야권은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이 어떤 특혜로 이어졌는지 검증에 나섰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사건에 형량이 낮은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된 것이 ‘꼬리 자르기’라며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무엇보다 정부가 20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고 있는 중간금융지주회사제 도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의 순환출자해소,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유도하고자 연내 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국정과제라서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노력은 하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법이 삼성 등 특정 재벌특혜라고 주장해온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반대 명분이 커졌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기금(204억원)을 내고, 최씨 딸 정유라씨 특혜 지원 의혹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올들어 금융계열사 지분 매입에 열을 올린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함께 109억원을 재단에 내놔 대가성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을 보면 이번 국회에서는 법안 처리가 어렵지 않겠냐”며 “법안에 대한 여야 입장차를 좁히기 힘들어 논의 기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법안들도 비슷한 양상이다. 야권은 최근 대기업이 영화배급업과 영화상영업을 함께 할 수 없도록 법안을 발의했다. CJ와 롯데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현 정부 문화정책에 차은택씨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문화사업 이권에 대한 재분배 요구가 높아지는 형국이다.
국회는 또 이날부터 2017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심사에 들어갔다. 야당이 법인세 인상에 대한 확고한 방침을 세우고 있어 예산부수법안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또한 재벌 기업들이 재단에 거액을 지원한 사실이 구실을 제공했다. 반대 논리를 주도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체 위기에 몰려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등 규제완화 법안은 ‘최순실 법안’ 등으로 매도되며 반대여론이 거세다. 어지러운 정국 속에 경제민주화 법안들의 통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재단 출연으로 뇌물 공여죄가 거론되는 마당에 로비는 꿈도 못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