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지난 2일 6년여에 걸친 LPG(액화석유가스) 담합 행위 적발로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정유·가스업계가 향후 적잖은 자금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일 LPG 수입사 2개사와 정유사 4개사에 총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업체별로는 업계 1위 SK가스가 1987억원, 2위 E1이 1894억원, SK에너지가 1602억원, GS칼텍스가 558억원, S-Oil 385억원, 현대오일뱅크가 263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 받았다.
이 중 SK가스와 SK에너지는 자진신고 1순위, 2순위를 인정받아 각각 과징금의 50%, 100%가 감면돼 가장 큰 부담은 E1과 정유3사가 지게 됐다.
먼저 사실상 가장 많은 규모의 과징금인 1894억원을 부과받은 E1의 지난 3분기까지의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751억원에 불과했다.
4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좋아지지 않는 한 1년치 영업이익금을 고스란히 과징금을 내는 데 써야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SK가스도 과징금이 50% 감면되기는 했지만 E1 다음으로 많은 액수인 993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이 업체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459억원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자칫 1년치 영업이익보다 과징금이 더 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유업체들의 경우 LPG수입업체보다 전체 영업이익 중 LPG 판매에서 나오는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적긴 하다. 그러나 계속되는 정제마진 악화와 시황 부진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정유업계로서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과징금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3분기 최악의 실적을 거뒀던 정유업체들의 실적이 4분기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9%나 급감한 1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S-Oil은 75억원의 영업손실을, 현대오일뱅크 역시 5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오정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신흥국에서는 석유소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선진국 소비는 여전히 정체를 보이고 있는 등 정유업황이 3분기에 이어 부진한 상황”이라며 “정제마진 역시 3분기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정유업체들의 4분기 실적 역시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과징금에 더해 시민단체들과 택시업계가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참여연대는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이번 LPG가격 담합으로 인한 피해당사자들 모집에 나섰고 택시업계도 앞으로도 대정부와 국회 건의활동을 통해 업체 대상 손해배상소송을 강력히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과징금 분납이 가능하다는 점이 업체들의 부담을 다소 덜어주지만, 과징금 규모가 ‘사상 최대’인 만큼 과징금 납부와 잇따른 손해배상소송으로 가스업계가 겪을 진통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