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유통채널이 3분기 주요 패션기업의 실적을 갈랐다. 모기업을 통해 든든한 유통망을 확보한 곳은 비수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 3분기 매출액 3900억원, 영업손실 14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 이후 1년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FnC 부문은 매출액 2301억원, 영업손실 2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패션사업 매각을 추진 중인 SK네트웍스 역시 매출액 1038억원, 영업손실 1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부진한 실적의 원인으로 여름철 비수기 영향을 꼽았다. 지난 여름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의류 구매심리가 크게 저하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물산의 경우 일부 브랜드 철수를 통한 효율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점,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코오롱스포츠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끼쳤다. 매각을 위해 몸집을 줄이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오즈세컨과 오브제, 루즈앤라운지 등의 중국 내 비효율 매장을 대거 정리한 점이 실적에 마이너스 포인트가 됐다.
현대백화점(069960) 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한섬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8.5% 늘어난 147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4% 증가한 133억원이었다. SI는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세계(004170) 그룹이 잠정 추산한 SI의 3분기 매출액은 2450억원, 영업이익은 10억원이다.
비수기임에도 실적 성장세를 보인 데에는 신규 점포 출점 효과가 컸다. 한섬은 3분기에 백화점과 아울렛에 20곳이 넘는 매장을 새로 열었다. SI도 3분기 스튜디오 톰보이 리뉴얼과 V라운지, 맨온더분 등의 론칭을 공격적으로 이어가며 매장을 확대해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모기업을 통해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하면 영업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커진다"며 "(한섬과 SI는) 이를 바탕으로 신규 브랜드 론칭에 나섰기에 실적에 차이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섬이 지난 8월 선보인 여성복 브랜드 래트바이티의 경우 현재 7곳의 백화점 매장이 있는데 이 중 3곳이 현대백화점에 입점해있다. 브랜드 론칭 초기 절반에 가까운 매장을 모기업의 유통채널을 통해 마련하며 유통망 확보에 대한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어낼 수 있던 것이다.
한섬과 SI의 신규브랜드 론칭 및 매장 확대 효과는 4분기 실적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3분기 신규 브랜드 론칭에 발생한 비용이 4분기부터는 온전히 수익으로 반영될 수 있으며 기존 브랜드의 매장 확대 역시 매출 향상으로 직결되는 만큼 호실적을 기대해볼만 하다는 분위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최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오픈한 스튜디오 톰보이 매장 모습.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