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자칫 활황기로 보이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착시효과를 우려하는 시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 성장과 무관하게 저금리에 기대 버텨온 주택경기를 뒷받치고 있는 수요가 위기 발생시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10일 최성헌 부동산114 컨설팅 팀장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7 미래 부동산 투자전략 세미나'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은 낮은 경제성장률 지속과 높은 공급 물량 우려 속에 저금리가 끌어온 불안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부동산시장은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높아진 구매력을 앞세워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가 시장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낮은 금리를 이용해 휘발성 강한 재건축 청약 시장 등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시장 동향이 수도권과 지방 일부지역에 두드러지며 마치 과거와 같은 부동산시장 활황이라는 착시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과거 활황기와 비교했을 때 질적 측면에서는 위험한 단계에 놓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00년대 대표적 부동산시장 활황기로 꼽히는 2001년~2003년, 2005~2007년 당시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9%였던 데 반해, 현재는 2% 후반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계소득 증가속도 역시 나날이 둔화되고 있지만 주택시장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지속됐다. 최근 10년새 2009년을 제외하고 5~6%대를 유지해 온 가계소득 증가율이 지난 2013년 이후 3% 미만에 머물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급증세다.
실제로 지난 8월 기준 1인당 연평균 소득은 3년전에 비해 전국 3.1%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9%나 증가했다. 구매력이 없는 실수요자가 대출에 기대 주택을 구매하는 건강하지 못한 구조에 이마저도 서울과 수도권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수요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낮은 경제성장률 속 저금리에 기댄 주택시장 활황 착시효과에 대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제기됐다. 지난 3월 개포지구 재건축사업의 첫 분양단지인 '래미안블레스티지'에 몰린 인파들. 사진/뉴시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평균 6.17%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5.58%를 이미 넘어섰다. 연초 대출규제 강화와 공급과잉 우려 등에 주춤했지만 봄 들어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 성공 이후 재건축 단지 중심의 분양시장에 불이 붙으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를 견제하기 위해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지만 주택 공급축소 부분만 부각되며 강남 등 인기지역의 몸값만 높아지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최초로 3.3㎡당 4000만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흐름에 수도권 지역의 월평균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9월까지 2만8469건으로 지난 2006년과 2015년을 제외하고 역대 세번째로 많은 양을 기록 중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역시 월평균 5만4175건으로 지난 2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연말까지 60만건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산과 강원 정도를 제외한 지방도시들은 매매가 하락과 잦은 미분양 사태에 시달리는 등 지역 양극화 현상 역시 심화되고 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