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연말로 접어들며 기업들의 볼썽 사나운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가 및 외식업계 등은 각종 기념일을 활용한 이른바 '데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매년 연말을 앞두고 다음년도 다이어리를 선보이고 있다. 스타벅스의 다이어리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심지어 중고사이트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된다. 일각에선 소장욕과 과시욕을 자극한 얄팍한 상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스타벅스는 2004년부터 매년 다른 디자인, 색상을 도입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반영해 다이어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이어리를 받으려면 특정 기간에 6만~8만원 상당의 음료를 구입해야 한다. 스타벅스는 이 행사로 다른 기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20% 정도 더 오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이어리 가격도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상술'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스타벅스 다이어리의 가격은 지난 2011년까지 1만7000원이었지만 2012년 2만2000원, 2014년 2만7500원, 2016년 3만2500원으로 2년마다 인상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크리스마스 특별 음료 3잔을 포함해 음료 17잔을 다음 달 31일까지 구매하면 제공받을 수 있다. 올핸 검정, 빨강, 핑크, 민트색 등 4가지 색상의 다이어리를 선보였다. 매장에서 3만2500원에 구입할 수 있지만 지난해엔 나오지 않았던 핑크와 민트색은 해당되지 않아, 결국 음료 구입을 통해 다이어리를 받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같은 이유로 핑크와 민트색상의 다이어리는 구입이 여의치 않아 중고 거래사이트에서 웃돈까지 더해져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일엔 '빼빼로데이'를 활용한 유통가의 대대적인 마케팅이 이어졌다.
특히 올해는 빼빼로데이가 금요일인데다 수능까지 앞둔 시점이어서 식품·유통·화장품·패션업계까지 대목을 잡기 위한 판촉 경쟁에 열을 올렸다. 빼빼로데이 마케팅 역시 청소년들을 비롯한 젊은층의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따가운 시선도 적지 않다.
1996년 생겨난 빼빼로데이는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함께 한국 연인들의 대표적인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막대과자의 연간 매출 절반 이상이 11월 한 달에 집중될 정도로 소비가 활발하게 진행된다.
정작 제조사인
롯데제과(004990)는 몇 년 전부터 빼빼로 마케팅을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이 기간 빼빼로의 수익금을 지역아동센터 건립에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편의점, 마트 등 유통업체의 빼빼로 선물세트의 '가격 부풀리기'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실제 올해도 시중에 판매되는 빼빼로 선물 제품들은 큼직한 꽃바구니로 포장되며 대부분 3만원을 훌쩍 넘겼다. 이처럼 빼빼로 선물 꾸러미는 내용물에 비해 쓸모없는 공간이 매우 큰 '과대포장' 상품이 적지 않았지만 매년 되풀이 되고 있고, 올해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다음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만큼 기업들의 이같은 상술은 올 연말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주요 호텔 레스토랑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저마다 스페셜 메뉴를 출시했다. 요리의 세부 메뉴를 일부 바꾸고 음료 등을 추가해 크리스마스용 이라고 내놓는 식이다. 당시 10만원 안팎하던 코스 요리를 17만원대까지 선보이는 등 얄팍한 상술로 따가운 시선을 받은 바 있으며 올해도 이같은 상술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기업들이 연말마다 각종 데이 마케팅을 활용한 폭리로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얄팍한 상술을 보이고 있다"라며 "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만큼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꼭 지갑을 열어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해야 하지만 기업들이 스스로 사회적 분위기 조성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 쇼핑 거리에 진열된 빼빼로 선물세트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