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최순실 사태로 기피부처 추락

예산 대폭 삭감 예고…조직 분위기 '최악'

입력 : 2016-11-14 오후 3:45:56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공무원들 사이에서 한때 기획재정부와 함께 인기 부서로 꼽히던 문화체육관광부가 기피 부처로 추락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가운데 '체육대통령'으로 불리던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각종 비위 행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고,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감독은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옛 영화는 찾아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순실 연예인 리스트'가 있다는 폭탄 발언을 통해 이참에 한류를 포함한 연예계 비선 실세 의혹까지 파헤치겠다고 강한 어조로 밝힌 상태이며,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 대한 사퇴 압박도 커지고 있어 조직 분위기가 최악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문체부 관계자는 최근 조직 분위기에 대한 질문에 "좋을 리가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문화융성을 내걸었던 정부 기조에 큰 실망을 한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미 문체부 직원들 사이에선 지시를 받아 열심히 추진한 업무들이 사실은 비선 실세가 그린 큰 그림 한 조각이 된 것 같다는 푸념도 나온다.
 
한 문체부 실무진은 "문화 체육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분야가 중시되는 분위기에서 신나게 일하던 직원들이 많다""기재부 못지않게 일하고 싶은 곳으로 꼽혔는데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다른 곳에서 마음이라도 편하게 일하자는 얘기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문체부는 지난 11일 체육정책관과 체육협력관을 전격 교체하며 "체육 분야 분위기 쇄신을 위해 국장급 자리를 바꾼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예산삭감 계획도 문체부에 쏠렸던 힘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최순실 예산으로 거론되는 5200억원의 사업 예산을 국회 예결위에서 대폭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안에는 문체부 예산 3200억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역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조직 차원에서 예산 삭감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문체부는 최순실 관여 사업에 약 3386억원 규모의 예산이 배정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미 892억원의 삭감 조정안을 지난 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 제출했다.
 
또한 스포츠펀드 조성 사업(300억원), K컬처 체험과 운영(40억원) 사업, 국가브랜드 개발 사업(30억원), 동계스포츠 영재선발 육성지원 사업(5억원), 스포츠 잡페어 사업(4억원) 등 최순실 사태와 연관돼 문제가 될 만한 사업 예산을 25%에서 최대 44%까지 삭감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스포츠업계 관계자는 "문체부가 주는 참신한 이미지가 많이 퇴색됐다"면서도 "예산 삭감이 당연한 순서 아니겠냐"고 말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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