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한국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요청한 새로운 회계기준 유예기간 연기 요청이 받아들여지기 힘들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새로운 회계기준이 2021년 1월에 도입될 전망이어서 보험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당국도 잠재적 취약성을 진단하는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ASB는 영국 런던에서 월례 회의를 열고 보험산업의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의 내용과 시행 시기 등을 논의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2021년 시행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 논의 결과를 토대로 IASB는 내년 상반기까지 'IFRS17'이라는 이름으로 새 회계기준서를 확정할 예정이다.
기준서가 확정되면 이후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다음 회계연도의 개시와 함께 적용되므로, 적용 시기는 2021년 1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한국회계기준원(KAI)은 IASB에 유예기간을 최종 기준서 확정 후 5년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모든 나라가 동시에 적용되는 국제 기준인데 우리나라만 특혜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예를 주장하는 국가가 우리나라 뿐이라 유예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기준서가 확정되면 업계와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보험업계는 앞으로 4년 안에 막대한 자본확충이 요구되는 준비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폭풍전야와 같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보험연구원이 2014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 보험업계의 가용자본 변화를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됐을 때 보험업계의 가용자본은 무려 46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 산업 전체의 가용자본이 2014년 말 67조원에서 23조원으로 급락해 특히 충격이 크고, 손해보험 산업의 가용자본도 22조원에서 20조원으로 하락한다는 것이 보험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다.
게다가 이 분석은 2014년 말의 부채적정성평가(LAT) 평가액을 적용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보험부채가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최근 각 보험사로부터 보험업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영향 분석결과 보고자료를 제출받아 검토에 들어갔다. 또 각사로부터 책임준비금(보험부채) 적정성 평가 시뮬레이션 결과를 받아 금리 변동 시나리오에 따른 부채 영향 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금감원은 회계기준서 개편 방향에 따라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준서가 확정돼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회계 기준의 기초가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것이 때문에 보험업계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업 IFRS4 2단계 도입경향 간담회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