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충격' 이후 1주일…자동차주, 우려대로 '직격탄'

코스피 1980선 밑에서 횡보장세 지속…"불확실성 경계 지속해야"
수혜업종, 타 업종 대비 수익률 상회…방산 등 일부 업종은 방향성 이탈

입력 : 2016-11-16 오후 4:56:39
[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세계를 강타한 ‘트럼프 충격’이 일주일을 지나가는 가운데 변동성 우려로 국내 증시는 방향성 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별 업종에서는 트럼프의 정책 스타일을 반영한 흐름이 관찰되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 거래일인 지난 8일 2003.38포인트로 마감한 코스피는 도널드 트럼프의 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이 발표된 9일 2.25% 밀리며 1950선으로 급락했다. 이튿날 낙폭을 만회하며 2000선을 회복했지만 정책 불확실성 등이 재부각되며 1960선에서 1980선 사이를 횡보하고 있다. 620선 초반이던 코스닥은 트럼프 충격에 600선이 붕괴했지만 재차 낙폭을 만회하며 620선을 회복한 상황이다. '트럼프 충격' 전인 지난 8일과 비교하면 코스피는 1.18% 하락, 코스닥은 0.58% 상승했다. 
 
외국인의 매도세도 거세졌다. 미국 대선 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직전 일주일(11월1~8일)간 코스피에서 6786억원 순매도한 외국인은 트럼프 당선 이후 일주일(9~16일) 간 1조1685억원 순매도했다. 매도 규모가 2배 가까이 확대된 것이다. 연기금이 자금집행을 늘이고 금융투자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고 있지만 외국인의 매물을 소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임노중 유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국내 증시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완화와 경기 모멘텀이 강화돼야 한다”며 “하지만 트럼프 리스크에 국내 정치문제가 더해진 가운데 외국인 자금이탈도 현실화되고 있어 리스크관리에 치중할 때”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 시 수혜가 예상됐던 소재, 산업재 등의 업종(종목)은 당선 이후 타 업종(종목)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을 통해 5년간 1조달러 수준의 인프라 투자, 석탄산업 지원 등 화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반대로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에 대한 의문, 한-미 FTA 재협상 등에 대한 견해도 드러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대표적인 정책은 감세와 규제완화, 인프라 투자(1조달러 규모)”라며 “우선적으로 소재(비철금속), 산업재(기계, 건설)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미국 대선 결과 발표 직전 거래일 7470원이던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주가는 16일 현재 9650원으로 22.59% 상승했다. 두산중공업(034020)(7.91%)과 진성티이씨(036890)(21.92%), 코메론(049430)(13.33%), 현대건설(000720)(5.16%) 등도 코스피 수익률을 웃돌며 우상향추세다. 
 
반면, 피해주로 거론된 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 등의 업종(종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 대선 결과 발표 직전 13만8500원이던 현대차(005380) 주가는 16일 현재 13만1000원으로 5.73% 밀렸고, 현대모비스(012330)(-10.51%)와 기아차(000270)(-12.02%)도 10% 넘게 하락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트럼프의 공약이 부각되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주의 약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계획을 밝힌 탓에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기업들의 타격도 컸다. 한세실업(105630)은 이 기간동안 5.30% 하락했다. 신재생에너지 경제성에 대해 의문을 드러낸 탓에 관련주인 동국S&C(100130)은 같은 기간 50.67% 하락했다.  
 
하지만 수혜주로 거론됐던 방산주 등 일부 업종(종목)은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 수정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존 방향에서 이탈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말 연초까지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한 만큼 업종별 차별화 전략을 권하고 있다. 다만, 지나친 시장 위축은 경계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향후에도 상당기간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단기반등 가능성은 있지만 트럼프 정부의 정책 윤곽과 남은 불확실성들의 해소를 기다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자체적인 모멘텀을 강화하기 이전까지는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시장 대응에 있어서 지나친 위축은 피해야 하며, 향후 주가 복원 과정은 브렉시트 사태 이후의 브이(V)자형 반등보다는 다소 완만한 형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멘텀을 보유한 업종 중심의 슬림화된 트레이딩 전략이 유효하며, 트럼프 대선공약을 바탕으로 국내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인프라 확대, 석유 등 관련 업종 위주로 우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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