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새누리당 비주류 중심의 비상시국위원회가 첫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검찰 수사 협조와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거듭 압박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사퇴요구는 책임 없는 자세며, 자격도 없다'고 맞받았다.
'이정현 당대표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결성된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가 1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전날 여권 대선주자급 인사와 시·도지사, 4선 이상 중진의원 등 12명으로 구성된 첫 대표자회의로 비상시국회의 실무자들과의 연석회의 형태로 진행됐다.
12명의 대표자회의 구성원 중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심재철 부의장, 주호영 의원, 강석호 의원, 김재경 의원 등 7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정현 대표가 주재하는 당 최고위원회에 불참하며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두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정 원내대표는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인 정양석 의원의 요청에 따라 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비상시국회의 실무자회의 소속인 오신환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비상시국회의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고 앞으로 어떤 보수혁명의 가치를 세워나갈 수 있을지 논의했다"며 "일단 어제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수사와 관련해서 수사를 다소 미루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대통령이 이미 국민들께 약속한 대로 즉각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외에는 기본적으로 (지난번에) 발표한 기조이며 그 안에 다양한 내용들에 대해 논의를 했으나 의견들이 조금씩 달라서 단일화된 목소리를 내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며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지난 시국회의 발표와 같이 헌법 틀 속에서 대통령의 거취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의 사퇴가 새누리당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오 의원은 "당 지도부 체제 관련해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데 이정현 당 지도부 체제는 이미 대표성을 상실했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당 지도부의 사퇴로 참회와 반성의 첫걸음이 시작된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종용했다.
거센 사퇴요구를 받는 와중에 당대표 취임 100일을 맞은 이정현 대표도 당장 물러날 뜻이 없다며 '버티기'를 계속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평상시에 (당 운영에) 참여 안 하고 있다가 일만 터지면 '물러나라, 사퇴하라' 두 마디만 하는 것은 책임 없는 자세다. 자격도 없다"며 당 비주류를 겨냥했다.
그는 전날 비박계 대권주자들에게 '지지율을 다 합쳐도 10%도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며 일부 대권주자와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인 것과 관련해 "큰 인물로, 정치인들로 잘 처신하고 행동해달라는 덕담 정도로 보시면 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날 오전 소집한 최고중진연석간담회는 당내 분열상을 드러내듯 전원 친박인사들로만 채워졌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을 비롯 원유철, 정우택, 조경태, 정갑윤, 이주영, 홍문종 의원만이 얼굴을 비쳤다.
간담회에 참석한 최경환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당 비주류의 사퇴요구에 대해 "지도부가 아무런 대안 없이 물러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비주류 인사들이) 비대위 구성을 주장하지만 비대위도 전당대회를 하기 위한 것이지 마르고 닳도록 계속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이 대표가 제안한 1월 전당대회론에 힘을 실었다.
최 의원은 당내 분열상에 대해 "결국 목표는 새누리당을 다시 건전한 보수정당, 수권가능정당으로 만들자는 것으로 이 점은 얼마든지 만나서 대화하면 절충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신환 의원은 비상시국회의 후 "대화 자체를 거부할 이유는 없지만 양쪽의 극단적 생각들이 합쳐지지 않는 상황에서 '성과가 있겠느냐', '기본적으로 대화하기 어려운 상황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주류 인사들로 구성된 비상시국회의가 1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첫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를 열고 당의 진로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