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내년 세계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미국의 금리인상 폭과 속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할 때 급격한 인상 가능성은 낮습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장관. 사진/하나금융투자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장관(현 공인회계사회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에서 열린 ‘하나금융투자 2017년 리서치 전망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3년간 미국 공화당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서 근무하는 등 ‘미국 공화당 전문가’로 불린다.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최 전 장관 역시 ‘트럼프 전문가’로 불리며 시장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내년 세계경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브렉시트 파장 크기, 미국의 동아시아정책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인상 폭과 속도를 꼽았다. 최 전 장관은 “트럼프 당선자는 감세와 함께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대통령이 되면 미국 경제가 올라오기를 바라는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인상을 큰 폭으로 과격하게 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준 위원들의 점도표에서도 향후 완만하고 안정적인 인상 수준을 시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등 공약과 배치되는 것으로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미국 경제에 맞춰 금리인상이 필요하면 강행할 여지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 전 장관은 “글로벌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패권은 더욱 공고해진다”며 “미국 자체의 경기만을 보고 금리정책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전 장관은 트럼프 집권이 시작되면 보호무역보다 공정무역 쪽으로 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대한 우려가 짙지만 보호무역보다는 공정무역 쪽으로 갈 것 같다”며 “자유무역을 신조로 하는 공화당 지배 의회 속 공정무역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으며, 환율을 통한 무역 촉진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 전 장관은 우리경제와 관련해 자산시장의 붕괴부터 오는 ‘스칸디나비아형’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내외 위험요인 관리로, 거시경제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대외적인 요인보다 부동산 경기 부진, 가계부채 심화, 정치 리스크 등 내부의 리스크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다져놓은 부분이 많고, 현재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자산시장이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스칸디나비아형 위기에 대한 부분도 대비해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전 장관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우려와 관련해서는 “한·미FTA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폐기보다는 점검차원으로 접근해올 것이며, 공화당 지배 의회와 트럼프 정부의 타협안에 따라 향후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서는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발작’ 등으로 표현되며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속에 글로벌 시장이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트럼프는 공화당, 나아가 미국 대통령으로 경제와 통상정책에 있어서 독자적인 색깔을 펼치는 식의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내년 세계경제는 올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현금 흐름, 특히 외화 유동성을 중시해야 하며, 수익증대보다는 비용절감 위주로 경영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가운데 신규 분야 진출에 있어서 신중을 취하면서 ‘몸집불리기’보다는 ‘근력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장관은 22일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에서 열린 '하나금융투자 2017년 리서치 전망 포럼'에서 내년 세계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미국의 금리인상 폭과 속도라고 짚었다. 그는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사진/권준상 기자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