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퀀텀닷 소재 업체 QD비전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번 인수가 최종적으로 성사되면 올 들어 9번째 인수합병(M&A)이다. 각 사업부의 위기를 공격적인 M&A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묘수다.
23일 정칠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사장은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협의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QD비전의) 자산을 인수한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QD비전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인수금액은 7000만달러로 전해졌다. 우리돈으로 약 824억원에 해당 하는 규모다. 다만 기업 전체를 인수하는 주식인수 방식이 아닌 자산인수 방식이 될 전망이다. 자산인수는 해당 기업의 땅과 공장 설비만을 대상으로 적정 가격을 매겨 사들이는 방식으로 부채, 종업원, 영업권 등은 인수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번 QD비전 자산인수에는 중국 정부 투자 퀀텀닷 업체 나징, 중국 BOE, 미국 나노시스, 독일의 바스프와 머크 등 많은 업체들이 삼성전자가 제시한 조건보다 파격적인 인수금액과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QD비전은 향후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를 비롯한 퀀텀닷 연구개발(R&D) 능력을 감안할 때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삼성전자를 최종 선택할 것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내주 안에 최종인수를 완료한 후 공식 발표를 할 방침이다.
QD비전은 퀀텀닷 재료 분야의 원천특허를 보유한 업체로, 지난 2006년 세계 최초로 양자점 LED 적용에 성공했다. 퀀텀닷은 빛을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나노미터(10억분의1m) 크기의 반도체 입자다. 퀀텀닷은 색을 나노 단위의 정확도로 조절할 수 있어 일반 TV에 비해 5배 이상 정확하고 순수한 색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 에너지 효율이 100%에 가까워 추가로 전력 사용량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획기적인 화질 개선이 가능하다. 미국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 미디어는 최신 TV 기술을 분석한 백서를 발행하며 "퀀텀닷 기술이 다른 디스플레이 기술에 비해서 풍부한 색상표현, 화면밝기, 잔상과 수명, 소비전력 등에서 우수하다"며 "업계의 퀀텀닷 관련 투자가 확대되면서 지금까지 플래그십 모델을 중심으로 적용돼 왔으나 점차 그 기술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퀀텀닷 기술을 적용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개발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그동안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 퀀텀닷을 지목해온 만큼 이번 인수로 퀀텀닷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따라서 적은 인수금액에도 불구하고 기대 효과는 클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QD비전 기초기술과 삼성종합기술원 응용기술이 융합해 퀀텀닷 개발의 큰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고, QD비전의 퀀텀닷 원천특허를 활용해 향후 잠재 특허소송의 선제적 대비가 가능할 것"이라며 "삼성의 QLED TV 조기 출시 가능성 확대로 차세대 TV 주도권 확보가 용이해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QD비전의 인수가 결정되면 올 들어 9번째 M&A를 완수하게 된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에 대한 지분 투자까지 포함해 자동차 전장 및 오디오 전문 업체 '하만', 미국 가전 업체 '데이코', 클라우드 업체 '조이언트', 광고관련 소프트웨어 업체 '애드기어', 인공지능(AI) 플랫폼 업체 '비브랩스', 기업보안 솔루션 업체 '타키온', 차세대 문자메시지 기술 업체 '뉴넷캐나다' 등을 인수했다.
삼성전자 퀀텀닷 SUHD TV 2. 사진/삼성전자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