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해 내내 열기를 유지했던 분양시장이 연말로 갈수록 냉각되고 있다. 1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투자수요와 실수요의 관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건설사들도 내년으로 분양을 미루는 분위기다.
지난해 연말에는 한 해 동안 워낙 많은 물량이 공급되다 보니 공급과잉 우려로 분양시장이 침체됐었다. 하지만 이전 2~3년 동안 연말 분양시장은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규모 분양에 나서는 곳이 많았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 분양예정이었던 물량을 내년으로 넘기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당초 오는 12월에는 4~5만가구가 전국에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11.3 대책 발표 이후 건설사들이 내년으로 분양시점을 연기하면서 2만5000~2만6000가구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물량이 대거 내년으로 넘어갔다. 11.3 대책의 일환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이 철거 완료 이후로 강화된 데다 대출보증도 관리처분인가 이후로 늦춰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덕 SK 리더스 뷰(마포로6구역), 보라매 SK뷰(신길5구역), 월계2구역 아이파크(월계2구역), 백련산 SK뷰 아이파크(응암10구역) 등 정비사업 분양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보증만 남은 상황에서 제도가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내년으로 일정을 미루게 됐다"며 "분양 지연으로 금융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제외하더라도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르고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어 시간이 갈수록 분양시장이 악화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오는 25일 대규모 분양을 끝으로 올해 분양 일정이 사실상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25일 문을 여는 견본주택은 전국 35곳이다.
대부분 실수요자들과 투자 수요의 관심이 높은 정비사업 단지들이다. 하지만 11.3 대책 이후 청약 1순위 자격과 재당첨 제한 등이 적용되는 단지라는 점에서 투자수요 보다는 실수요 위주의 청약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청약 결과에 따라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영향이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되는 지 여부를 알 수 있어 업계에서는 내년 분양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11.3 대책 발표 이후 보증 문제와 더불어 시장 반응을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분양을 미루는 추세"라며 "12월 분양을 확정한 물량과 함께 검토 중인 물량까지 합쳐도 지난해 12월 공급물량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요 정비사업 물량이 대거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연말 분양 물량이 당초 예상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수원 호매실지구의 한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분양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