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문형표(60)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4일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날 문 이사장을 국민연금기금의 관리책임을 진 문 이사장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날 고발장에서 "국민연금은 제일모직 1:삼성물산 0.35의 불리한 합병비율에도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 큰 손실을 봤다"며 "대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는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 덕분에 합병 삼성물산 지분을 늘릴 수 있었고,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한 몸이나 다름없다는 최순실이 사실상 설계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삼성이 거액을 출연한 것에 이어 최씨 개인회사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삼성과 최씨 쪽의 '커넥션'이 분명해졌다"며 "합병안 가결 일주일 뒤에 이재용 부회장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독대했고, 다음 달에는 삼성전자가 최씨 회사인 독일 비덱스포츠에 송금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또 "앞서 지난해 3월에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대한승마협회장이 돼 최씨 딸 정유라씨 지원을 위한 포석이라는 점 역시도 관련 고발 사건에서 수사 대상임이 분명하다"며 "국민연금의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거나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의는 결국 최씨 쪽에 대한 삼성의 뇌물 제공과 그 대가로 이에 따른 대통령과 그 뜻을 맹종한 주무부처 장관의 직권남용 행위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문 이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문 이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안종범(57·구속 기소) 전 정책조정수석의 지시가 있었는지, 삼성과 따로 얘기한 것이 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22일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 23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앞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참여연대, 민주노총은 지난 15일 박 대통령과 최순실(60·구속 기소)씨,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박상진
삼성전자(005930) 사장을 뇌물공여 또는 제3자뇌물공여,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박상진이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인 최순실, 정유라에게 최소 35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공여한 것은 이재용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합병이 이뤄지기 위한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뇌물공여 행위"라고 설명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회원들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성' 의혹과 관련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