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삼성전자가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소환, 압수수색, 청문회까지 외부 리스크가 커지면서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전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8일 인적분할과 관련한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 검토해 왔으며, 29일(오전 9시 30분) 컨퍼런스콜을 열고 관련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지난 10월 공개서신을 통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합병, 30조원의 특수배당 혹은 1주당 24만5000원의 배당 지급,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한국거래소·나스닥 공동상장, 독립적인 3명의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당시 11월 중 엘리엇 제안을 포함한 주주환원에 대한 방향성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나스닥상장이나 독립 사외이사 선임 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요구라 거부하는 대신 삼성전자가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인적분할한 후,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안과 배당확대 정책은 받아들일 것으로 관측해왔다. 특히 합병안은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나리오에 엘리엇이 명분을 더해주면서 가능성을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최순실 게이트에 깊이 연루된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주요 인사 검찰 소환, 본사 압수수색, 재계 청문회까지 예정돼 모든 경영이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다. 12월 초에 예정되어 있는 그룹 사장단과 임원 인사도 검찰 소환으로 인해 내달로 미뤄질 전망이다. 인사 지연으로 계열사별 조직개편도 불가능해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에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주요 경영에 차질이 생긴데다 삼성물산의 합병과정까지 문제가 되면서 지배구조 개편도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는 달리,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 추진하는 모습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가 제한될 수 있고,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인적분할시 자사주 활용 제한안과 같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내놓은 상황이라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관계자는 "경영 전반에 관한 일정은 아직 확실한 것이 없다"면서도 "인적분할 문제는 현 상황과 관계없이 엘리엇 요구에 11월까지 방향을 제시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사회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