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의약품 판매대행업체(Contract Sales Organization, CSO)가 불법 리베이트 창구로 변질되고 있어 논란이다.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최근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유유제약(000220) 대표와 임원 4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유유제약은 CSO를 위장 설립하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처럼 가장해 10억원 상당의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CSO란 의약품 마케팅과 영업을 위탁받아 대행하는 외주업체를 말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CSO는 특정 지역과 질환에 전문성을 갖춘 영업 집단으로 꼽힌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 CSO는 리베이트 수단으로 변질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업체 수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500~600개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반면 의약품 유통업체 수는 2000년 1046개로 매년 증가세를 보여 2015년 2728개를 기록했다. 대부분 100억원대 미만 규모의 소규모 유통업체로 추정된다. 의약품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영업 외주화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규제책이 강화될수록 제약사의 CSO 요구가 높아졌다는 것도 CSO 성행의 요인이다.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를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2010년 시행)'와 리베이트를 두번 이상 제공해 적발된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에서 퇴출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2014년)'가 시행됐다. 강력한 제도의 시행으로 제약사들은 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선언하며 자체적으로 리베이트 근절에 나섰다. 반면 일부 업체들은 리베이트 영업을 외주화하기 시작했다.
CSO를 활용한 불법 리베이트 방식은 이렇다. 보통 CSO는 처방액에 35~55%를 수수료로 받는다. 50% 수수료로 가정하면, CSO는 1000만원을 판매해 500만원을 판매수수료로 받게 된다. 1000만원 중 10%(100만원)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CSO 업자는 세금을 제하고 400만원에서 150만원 정도를 월급과 영업비 등을 포함한 수익으로 챙긴다.
모든 경비를 빼고 남는 250만원이 불법 리베이트 비용으로 사용된다. 수수료율 계약이 낮다면 CSO 업자가 수익을 줄이는 방식이다. 결국 전체 처방액(1000만원) 중에서 25%(250만원)가 의료진에게 리베이트로 제공되는 셈이다. 과거 리베이트를 자행하던 제약사들은 일반적으로 매달 처방액에 10~30% 정도를 의료진에게 대가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진다.
제약사는 자사 의약품을 대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도 법망을 피해나갈 수 있다. 법적으론 CSO 개인사업자가 개인 이익을 나눈 것이기 때문이다. 위탁 업체의 개인 일탈 행위로 치부하고 꼬리자르기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CSO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약사의 리베이트 창구를 자처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론 클린 영업을 외치지만 뒤로는 CSO를 통한 리베이트를 뿌리는 제약사가 상당수"라며 "CSO는 영업 전문가 집단으로 나쁜 것이 아닌데, 변질돼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제약산업 자체가 분업화, 외주화되는 추세라 CSO 활용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CSO가 제대로 자리잡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