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달려가는 K-BIO)②"오픈이노베이션 적극 활용해야"

당국의 규제역량 강화 '필수'…병원·대학 기초연구에 투자 '절실'

입력 : 2016-12-02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간암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신라젠은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 입성을 앞두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실적이 없어도 기술력이 뛰어나고,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기술기업에 대해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바이오기업의 IPO(기업공개)는 지난 2011년 4개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6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난해부터 기술특례 상장제도가 완화된 후 바이오기업의 코스닥 상장이 대거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래에 대한 가능성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러한 기업들이 모두 상업화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신약 개발과 출시되기까지 역량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신약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통한 R&D역량강화와 M&A가 거론된다. 대학연구소 및 바이오벤처와의 공동연구 없이는 글로벌 제약사의 최신기술을 따라가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또 M&A는 시장점유율 확대 및 신약 파이프라인 보강 수단으로,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화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외부 역량을 흡수하고 조직 내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M&A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제약사의 경우 재정적 환경은 취약하지만 혁신적인 파이프라인을 갖춘 바이오벤처를 인수함으로써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시장에서 집중 조명받고 있는 바이오벤처를 인수하기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평가된 바이오벤처나 글로벌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업체 인수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규모 확대를 위한 국내 상위제약사간 M&A방법도 있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해 내부자원과 공유하며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도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제약사와 바이오기업, 연구기관, 병원 등이 협력함으로써 R&D 비용을 낮추고 실패 위험도 낮추는 데 유리하다. 오픈이노베이션에는 CEO및 관련 주체들의 '혁신에 대한 열망'이 중요하지만 제약바이오산업을 둘러싼 정책환경은 업체들로 하여금 '혁신'보다는 제네릭 생산 같은 손쉬운 이익추구에 몰두하게 했다. 국내사들이 오픈이노베이션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다.
 
한미약품(128940)은 지난해 미국의 안과전문 바이오벤처인 알레그로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며 망막질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유한양행(000100)은 미국의 항체 신약개발 전문회사인 소렌토와 면역항암제 연구를 위한 합작회사 '이뮨온시아'를 설립했다. 녹십자(006280)는 항체전문 바이오벤처인 와이바이오로직스와,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 면역학전문가인 신의철 KAIST 의대 교수 등과 항암제 개발에 나섰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오픈이노베이션은 결국 당사자들이 혁신적 아이디어나 연구결과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정부가 기업에 지원하는 연구개발자금을 줄여 대학이나 병원 같은 기초연구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약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벤처생태계도 변화해야 한다. 창업 초기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오업계의 한 연구자는 "벤처투자액은 늘어나고 있지만 투자 대부분이 창업 중·후기에 몰려있어 바이오 관련 투자와 성과 프로세스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벤처 투자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투자위험도는 높지만 일단 성공하면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바이오기업의 특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벤처캐피털(VC) 후원 속에 아카데미아로부터 스핀오프(Spin-Off·분사)하거나 신약허가심사(NDA)까지 진행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만하다. 

신약개발과 관련해 규제와 제도도 제대로 갖춰야 한다. 정부가 제약바이오기업들과 보폭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 차원의 과학적인 규제 강화 및 역량 강화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관련 규제 및 제도를 정비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용인되는 규제를 만들고,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규제를 위해서는 정부 기관 인력 확충도 필수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만큼 모든 분야에서 노크하는 심정으로 한발 한발 물어가며 내딛고 있다"며 "기존의 다른 이익집단과 충돌이 불가피한 경우가 적지 않아 정부가 관련분야의 규제 및 제도를 정비할 때 여러 분야의 의견 수렴을 통해 옳은 방향으로 (규제가)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녹십자는 R&D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했다. 사진/녹십자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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