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우리은행 한새여자농구단의 '한새'마스코트는 크다는 뜻을 지닌 황새의 순 우리말이다. 날개를 펼쳤을 때 너비가 최대 3미터에 달하는 황새의 울음소리도 클 것 같지만 사실은 울지 못한다. 어미새라도 울대나 울대근육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인수합병(M&A)과 관련된 최근 논란을 보노라면
우리금융(053000)지주의 현 상황이 꼭 황새 신세같다는 평이다.
우리금융의 수신액은 328조로 1위인
KB금융(105560)지주(331조)에 비해 3조원이 모자란다. 큰 외형에 걸맞지 않게 우리금융은 금융권의 M&A 논란과 관련해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예보 라는 정부기관이 대주주로 있는 탓이다.
◇ 2011년까지 지분매각, 민영화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가 전체 지분의 66%를 소유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내년과 후년에 나눠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해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완결짓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인수에는 대략 8조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금융 지분 중 절반을 인수하려면 현재 전체 시가평가액 13조원 중 7조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1조원을 보태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그러나 KB금융은 내년도
외환은행(004940) 인수에만 5조~6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고, 신한지주는 '계열사간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예정이라 M&A 그닥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3강1중' 구도를 벗어나
하나금융지주(086790)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우리금융 인수에 매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금융의 자산규모는 160조원대. 현 상태라면 자칫 인수 대상이 될 공산도 있다.
때문에 누구보도다 앞서 외환은행과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을 공언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의 M&A 상대는 '외환'보다는 '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언이다.
하나금융계열의 하나카드와
SK텔레콤(017670)의 지분제휴가 지난 11일 성사된 만큼 향후 SK그룹이 하나금융의 금융권 M&A 전선에서 '백기사'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나금융은 SK 외에도 국민연금과 기타 산업자본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이는 방안 마저 검토중이다.
대규모 자본조달이 상대적으로 쉬운 외국계 금융회사, 사모펀드 등도 컨소시엄 파트너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자칫 '먹튀 논란'이 걸림돌이다.
◇ 우리금융, 자사주 매입 통한 독자 생존 모색중
반면 우리금융은 유력한 민영화 모델로 '자사주 매입'을 통한 독자 생존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11일 보유중이던
포스코(005490) 지분 1%(87만주)를 주당 53만7800원에 매각하면서 4685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매각차익만도 1015억원에 달한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포스코 지분 매각이 자사주 매입을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우리금융이 예보로부터 지분을 블록딜 형태로 직접 사 들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는 전언이다.
예보는 지난달 24일 우리금융 지분 중 7%를 블록세일했다. 현재 잔여보유지분은 66%.
예보는 경영권과 관련한 50%+1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 16%에 대해 내년 중 재차 분할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측은 예보가 내년부터 매각할 지분 16%의 절반인 8%를 자사주로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예보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보가 가진 소수지분을 2~3차례에 걸쳐 나눠팔면 1년 넘게 걸린다"며 "우리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 자사주로 이를 매입하면 민영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상황에서 우리금융 8%를 매입하는데는 대략 1조원의 자금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예보 관계자는 "공식적인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면서"자사주 매입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자기자본비율(BIS)에는 어떤 영향을 줄 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 이팔성 회장 "M&A 주도자될 것" 선언..속내는?
지난 10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자사주 매입을 통한 독자 생존 가능성을 피력했다.
이 회장은 "금융산업 재편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더라도 우리금융은 금융산업 재편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국내 최고의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잠재매물로 꼽히고 있는 우리금융이 되레 인수주체가 될 것이라는 깜짝발언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17일 미국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내년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금융기관도 인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우리금융의 자산 90%가 국내에 묶여 있다"며 "이를 풀어 해외로 나가는 것이 먼 미래를 봐서 좋지 않겠냐"며 "해외 진출시 지점 형태가 아니라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이미 미국내 중소형 은행이나 동남아시아 지역 은행의 인수방안이 상당히 진척됐다는 평이다.
황새 우리금융의 내년도 비상(飛翔)이 기대된다.